[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불장난을 하면 그렇게 된다, 뭐 그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애플이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탑재 계획을 보류한 것을 두고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당초 애플은 YMTC로부터 경쟁사에 비해 20% 저렴한 낸드플래시를 올해 아이폰14 탑재를 시작으로 물량을 조달할 예정이었다. YMTC 입장에선 중국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미국 정부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미국 정부는 곧바로 발끈하고 나섰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연방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애플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비난에 나섰다. 이어 미국 정부의 미국기업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가 이어졌다. 결국 애플은 YMTC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탑재계획을 보류하며 미국 정부에 백기를 들었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애플 입장에선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은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아이폰13이 출시된 후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중국 기업 휴대폰 제품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아이폰14에서도 그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만약 애플이 YMTC를 협력사로 두게 되면 부품 수급을 위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중국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할 때도 중국산 부품을 쓰고 있는 아이폰으로 보기 좋게 포장할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MTC 부품 탑재하려고 했다 계획이 보류됐던 과정은 중국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미국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는 미국 기업 애플이 갖는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애플의 딜레마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둘러싸고 패권전쟁을 이어나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상황과 닮아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칩4동맹' 참여를 요구하며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시키며 중국 견제에 보다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 하마터면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저 그 불똥이 튈 뻔 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받아 첨단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한편 중국엔 제품을 가져다 팔아야 해 어느 한 편에 설 수 없어 눈치만 보고 있다.
결국 기업들의 이 같은 딜레마 속 보호막을 마련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칩4동맹을 둘러싸고 한 반도체 기업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기업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중간 날카로운 칼날을 세운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양국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와 외교적 전술로 우리나라 기업에 보호막을 쳐 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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