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일본 자유 여행이 재개됨과 동시에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객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달러 값이 크게 오르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일본 여행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 명품 쇼핑을 계획한 이들 등 다양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환전 거리에서 만난 황민주(34 )씨는 "코로나 때 결혼식을 올리는 바람에 신혼여행을 못 갔다. 이번에 일본 여행 풀렸다고 해서 다음 주에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한국에서 오픈런해도 못 사던 명품 재고가 많이 쌓여있다고 들어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환전상 앞에서 환율 표지판을 유심히 보고 있던 유동수(55) 씨는 "연말에 가족여행으로 친척들이 있는 미국으로 가려고 계획했는데 아무래도 달러가 많이 뛰다보니까 어렵지 않을까 싶다"면서 "엔화가 싸니까 일본 쪽으로 가볼까 하고 (오늘의 환율을)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한국인의 일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첫 주말을 앞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탑승객들이 일본 하네다행 비행기의 탑승수속을 밟고 있다. 2022.10.14 hwang@newspim.com |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거품(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초 115엔 안팎이던 엔·달러 환율은 35엔(30%)이나 급등했다. 지난 9월 1일 24년 만에 140엔대로 올라선 이후 근 2개월 만에 32년 만에 150엔대로 올라선 것이다.
엔화 약세와 더불어 일본 여행도 자유로워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과 개인 자유여행을 허용했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관광이나 친족 방문, 견학 등의 목적으로 최대 90일 동안 일본에 체류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3차례 접종했다는 증명서를 소지하면 항공기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에 항공사들도 한일간 관광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양국 여행객들을 잡기 위해 노선 증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 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일본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의 한일 노선 여객 수는 9만4427명으로 집계됐다. 무비자 여행 재기 일주일 만에 9월 한 달 전체 여객 수의 56%를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면 10월 한일 노선 여객 수는 전 달의 두 배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내 외환시장 마감 무렵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50.4엔선까지 상승했다. 2022.10.21 mironj19@newspim.com |
여러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는 일본 여행 일정, 여행지 추천, 면세점 문의 등 일본 여행 관련 문의 글이 대다수였다.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오사카 맛집 지금도 줄서나요. 디즈니랜드, 유니버셜스튜디오는 얼마나 혼잡한지 현지 상황 아시는 분들 공유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용자 B씨는 "아직 비행기 표는 안 끊었는데 엔화가 엄청 떨어졌다 길래 지금 바꿔 둬야할지 고민"이라며 "면세점은 아직 많이 닫았다던데, 다녀오신 분들 어떤가요"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을 뜻하는 '노노재팬' 영향으로 여행이 재개됐어도 갈 계획이 없다는 이들도 있었다. 일본은 2019년 한국의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판결 보복 조치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다. 당시 한국에선 '노노재팬' 열풍이 불며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일었다.
이용자 C씨는 "요즘 다시 일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전 여전히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태도는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방사능 때문에라도 가고 싶지 않고 갈 계획이 없다. 일본 여행 다녀온 지인이 준 선물도 솔직히 찝찝하다"고 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가치 하락이 계속된다면 올해 말, 내년 초 연휴에 맞춰 내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도시마 이쓰오 도시마&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인터넷판에 기고문을 통해 "(올해) 10~12월기, 경우에 따라서는 2023년 1월까지 엔화 약세 압력이 강하지만 그 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도 금리 인상 효과 점검 시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도 미국 10년물 금리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하락세를 피하기 어렵다"면서 "경기 침체가 현실화 되면서 달러를 제외한 모든 통화가 돌아가면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엔화 약세도 올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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