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모습<사진=윤창빈 기자> |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은마아파트가 지난 19일 드디어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이 아파트의 재건축 심의 통과가 부동산 '빅뉴스'로 회자 되는 이유는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의 대표적 상징성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은마아파트는 1970년대 강남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반포, 압구정과 함께 건설된 대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1979년에 지어졌으니 올해로 43년된 노후화 단지다. 28개동 4424가구로 규모로 강남 중층 재건축 단지 중에는 규모가 가장 크다.
은마아파트는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만큼, 재건축 규제와 맞물리며 사업이 무산되는 것을 반복해왔다.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생긴지 23년,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상정된지 5년 만에 통과된 게 그 단적인 예다. 통상 재건축 추진 기간이 12년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굴곡의 세월을 보내온 셈이다.
출발은 순조로운 듯 했다. 2002년 7월 시공사로 삼성물산과 LG건설(현 GS건설)을 선정했고 이듬해에는 추진위가 승인됐다.
문제는 강화된 안전진단이 발목을 잡았다. 2002년부터 안전진단을 받았지만 세 차례나 탈락했다. 당시 급등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의 집값을 누르기 위한 규제로 활용된 것이 안전진단 강화였는데, 대표적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후 2010년에야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 D등급을 받았다.
2012년에는 단지 내 도로와 사업추진방식을 놓고 주민 간 이견으로 정비계획안 처리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를 겨우 수습하고 2017년 재도전에 나섰지만 이번엔 용적률이 문제였다. 49층 재건축안을 제출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35층 층고 제한' 가이드라인을 내걸면서 용적율 400%의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은마아파트 정비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은마아파트는 일단 '35층 기준'에 맞춰 도계위의 심의에 통과됐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가 적용된 기준에서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재건축되는 것이다.
23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본격화되지만 앞으로 진행과정에서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조합설립을 받는 대로 내년 중 '49층 변경'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35층 기준으로는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할 분담금의 액수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이후 층고제한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 속에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문제도 49층 변경여부와 맞물려 있다.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과 재건축부담금 액수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393명에 달하는 상가 조합원의 부담금 문제도 얽혀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재초환의 기준을 낮추고, 상가 시세도 반영키로 했지만 여전히 강남 재건축 기준에선 부담해야할 금액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들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분담금 규모가 대폭 늘어나게 돼 사업 추진 과정이 '지뢰밭'이다.
재건축 심의 통과라는 호재에도 은마아파트 집값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잇따른 '빅스텝'이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이긴 하겠지만 이 같은 규제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 때문에 집값이 들썩이지 않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턱을 과감히 낮춰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국회와 국토부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주택 공급부족의 핵심이 강남이었고 이로 인한 집값 급등을 야기해 왔다는 악순환을 끊을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도 재건축 추진이 평균 1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강남 주택 공급의 선순환 체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