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금리 인상기 시중은행에서 기업대출이 한 달 새 1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기업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며 기업들의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축소를 요청하는 등 채권시장 살리기에 나섰지만 내달 기업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월말(694조8990억원) 대비 9조7717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7조1474억원으로, 전월 말 보다 6조6651억원(6.6%) 확대하며 올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2022.11.02 byhong@newspim.com |
금융권에선 대기업 대출 증가 원인으로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은행에 손 벌리는 대기업들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회사채 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라고 요구하면서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을 축소했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음 달 기업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은 신용평가, 자금목적 확인 등의 과정을 거치는 만큼 지난달 기업대출 증가분은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며 "10월 후반부터 채권시장이 흔들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월 기업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권에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해 기업 자금조달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도 기업대출을 확대를 예상케 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900조1421억원으로 전월보다 46조8657억원이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 잔액은 8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기업들의 상환 능력 악화로 인한 연쇄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기준 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중 약 40%는 5%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대기업 평균 대출금리도 4.38%로 2013년 7월(4.38%) 이후 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문제는 대다수 기업이 기준금리가 오를 때 이자가 오르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기업 대출 부실 징후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9월 기업 대출 잔액 기준 기업의 72.7%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변동금리도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현지시간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한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FOMC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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