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당국이 부동산업계 유동성 공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동산 판매량이 저조한 가운데 디폴트 우려로 채권 발행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동산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두달 여 동안 벌써 세 번째 국유기관을 동원했지만 기업 경영의 '근본'인 판매는 여전히 부진해 업계 분위기를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 부동산기업 '돈줄' 확보에 국유기업 재등판...2개월새 3번째
2일 정취안스바오(證券時報)에 따르면 중국은행간 채권시장 규제기관인 중국은행간시장교역상협회와 중국부동산협회, 중국채권신용증진투자회사(중국채권신용)는 최근 21개 부동산기업을 소집해 좌담회를 가졌다. 중국채권신용이 민간 부동산기업의 채권 발행 지원 강도를 배가할 것이라는 게 좌담회의 주요 내용으로, 지원 대상 또한 종전의 '시범 기업'에서 21개 기업으로 확대됐다.
중국채권신용의 부동산기업 채권 발행 지원은 약 2개월 사이 벌써 세 번째다. 유관 당국이 지난 8월 국유기업인 중국채권신용에 부동산기업이 발행한 중장기 어음에 대해 '전액·무조건·무파기' 연대보증을 주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중국 당국의 주문은 디폴트 우려에 부동산기업 채권 인기가 시들해지자 국유기업으로 하여금 부동산 기업의 보증인이 되고 채권 발행까지 주간하도록 하라는 의미다. 국유기업이 연대보증에 나서고 그 책임이 강화되면 민간기업의 자금조달이 보다 수월해지면서 결국 유동성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지수연구원(中指研究院·china index academy) 기업사업부 류수이(劉水) 매니저는 "지난달 27일 중국채권신용 시찰에 나선 인민은행 판궁성(潘功勝) 부총재는 중국채권신용의 민간기업 융자 지원 업무를 높이 평가하면서 민간 부동산기업의 채권 발행을 통한 융자 지원 노력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며 "이번 좌담회는 판 부총재의 지도사항을 이행한 것으로, 앞으로 민간 부동산기업의 채권 발행을 통한 융자 지원이 더욱 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채권신용이 8월부터 지원해 온 부동산기업 채권 발행 건수는 10여 건. 신청그룹(新城控股·신성그룹, 601155.SH)·비구이위안(碧桂園·벽계원, 02007.HK)·쉬후이홀딩스(旭輝控股·욱휘홀딩스, 00884.HK)·룽후부동산(龍湖集團·용호부동산, 00960.HK) 등이 83억 6800만 위안(약 1조 6272억 원)을 조달한 것을 포함해 전체 155억 위안 규모의 채권 발행을 지원했다. 룽후부동산·신청그룹·메이디부동산(美的置業·미적부동산, 03990.HK)·비구이위안 등은 현재 중국채권신용을 보증인으로 내세운 두 번째 발행을 추진 중이고, 진후이그룹(金輝集團·금휘홀딩스, 00137.HK)·신시왕(新希望·신희망그룹, 000876.SZ), 야러쥐(雅樂居·야거락부동산홀딩스, 03383.HK) 등도 적극 준비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 부양 효과 '미미', 전국적 조치 마련돼야
중국 당국이 빈도 높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업계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직간접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의 25~30%를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업계의 침체가 중국 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 지도 오래다.
부동산기업 숨통을 틔워주고자 융자환경 개선, 국유자본의 미완공 프로젝트 및 미분양 프로젝트 인수를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아직 가시화하지 있지 않다. 자금난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기업들도 상당하다.
진커부동산(金科股份·금과부동산, 000656.SZ)는 이달 2일 "거시경제환경과 업계환경·융자환경 등의 영향으로 회사 유동성에 단계적 긴장이 초래됐다"며 "공시일 기준 2020년 첫 번째 발행한 중기 어음의 원리금을 기한 내에 지급할 수 없었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채권단과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쉬후이홀딩스 역시 이달 1일 "중국 부동산업계의 신용대출 및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하면서 회사 자금흐름이 예상보다 악화했다"며 "현재 역외융자항목 하의 모든 원리금 지급을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역외 채권단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면서 현재 역외 채무 해결을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지수연구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동산기업의 채권잔액은 3조 75억 9000만 위안으로 나타났다. 이중 1년 내에 만기 도래하는 채권잔액만 9552억 8000만 위안으로 1조 위안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신용채 잔액과 해외채 잔액이 6339억 5000만 위안, 3213억 30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자금난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 판매 부진이다. 매출이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류 매니저는 "판매 회복세가 뚜렷하게 감지 되지 않아 민간 부동산기업들이 자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1년간 채무상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2022.11.03 hongwoori84@newspim.com |
부동산업계의 판매 부진은 데이터로도 확인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업계 조사업체 커얼루이(克爾瑞) 자료에 따르면 100대 부동산기업의 지난달 판매액은 5560억 7000만 위안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대비 2.6% 감소한 것이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28.4% 줄어든 것이다. 이로써 1~10월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지수연구원 자료로도 올해 1~10월 전국 100대 부동산기업의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이 1~9월 대비 1.7%p 축소되긴 했지만 판매액 감소세가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커얼루이는 "'금9은10(金九銀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9월과 10월은 중국 부동산업계의 판매 성수기지만 10월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했다"면서 " "국경절 연휴 기간 전후로 부동산기업들이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벌였음에도 10월 판매액이 눈에 띄게 호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최대 원인은 구매 수요가 미미한 데 있다. 경기 하강 우려 속에 구매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데다가 코로나19가 전국 곳곳에서 재확산하면서 시장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9월 이후 지방정부마다 부동산 안정 조치를 내놨고 앞으로도 추가 부양 조치가 나올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강제력'을 갖는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 시장 회복에 불확실성을 남긴다고 다수 기관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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