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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北, 러시아 포탄 공급으로 '전쟁범죄' 연루…돈줄 차단해야"

기사등록 : 2022-11-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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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 "北은 탄약공급, 러는 미사일 설계도 제공"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비밀리에 포탄을 공급한 데 대해 북한이 돈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왕따 국가'임이 다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유엔에서 북한에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의 돈줄을 겨냥하는 전략을 세울 것도 제안했다.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비밀리에 포탄을 공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분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5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진행 중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한국과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한 버시바우 전 대사는 "북한은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주권국이자 유엔 창설 회원국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국제적인 '왕따' 국가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국제체제의 안정에 대한 점증하는 위협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살해를 돕고 방조함으로써 러시아에 무장 드론을 제공한 이란과 함께 국제법을 어기고 지역과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이로써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직접 개입하게 된 것"이라며 "민간시설에 대한 포격으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데 북한산 포탄이 민간인을 상대로 사용될 것이기에 북한은 전쟁 범죄에 연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북한이 과거 여러 나라에 미사일을 공급해왔고 러시아와 외교적 동맹관계에 있으며 러시아가 이란 등 우방국에 의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협력 관계는 전혀 놀랍지 않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의 정보는 북한이 상당량의 포탄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공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것들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국가들로 보내지는 것처럼 꾸며 포탄의 실제 목적지를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러시아가 북한을 대상으로 로켓과 포탄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미국 정부가 밝힌 뒤 상황은 더 진전됐다.

이번에 포탄 공급 우회로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지목된 데 대해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이들 지역이 "북한이 수년간 활용해 온 전통적인 무기 확산 경로"라고 설명했다.

벡톨 교수는 특히 북한의 불법 무기 경유지로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이란과 시리아를 꼽고 "그들은 오랫동안 북한의 주요 무기 확산 협력국이었고, 북한에서 러시아 군으로 탄약 등을 유입하기 위한 도약 지점으로 사용될 자원과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아프리카에서는 수단과 모잠비크가 가장 유력하지만 보다 가까운 중동을 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정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구체적으로 러시아에 122mm 또는 152mm 포탄과 방사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포탄과 방사포가 러시아 무기와 호환이 되고, 북한은 이미 신형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면서 구형은 단계적으로 단종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다만 북한산 포탄은 품질에 의문이 간다며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겨냥해 포탄을 발사했지만 명중해 폭발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기 거래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며, 특히 북한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모습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범죄 조직과 같은 김정은 정권에게 수익이 되는 거래"라며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무기와 탄약을 확산시키는 불법 거래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탄약과 무기가 필요한 러시아의 푸틴에게 김정은은 고가의 경화를 요구했을 것"이라며 "둘 다에게 유리한 거래"라고 부연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투량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첨단 정밀 무기는 물론 대포와 포탄도 동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에서 '포격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포병용 로켓을 많이 발사하며 발전소와 배수 시설을 무력화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포탄을 제공하며 러시아로부터 얻고 싶은 것도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탄두, 미사일 설계를 얻고 싶어할 것"이라며 "'불량 국가'라는 처지 때문에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생긴다면 김정은에게 매우 좋은 기회"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또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상황에서 불법 무기 거래에 나선 북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은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돈줄을 차단할 것을 제안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돈세탁에 사용하는 가상화폐를 겨냥하고, 이란,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중국 등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들의 은행을 제재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은행과 기업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 제재안 마련보다는 기존 제재의 철저한 이행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번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는 러시아가 절박한 상황에 놓였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전쟁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군부에 군사적 대실패로 이어졌고, 이는 러시아 정부가 교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막대한 인력과 장비 손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의 고갈된 군수품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북한에 눈을 돌리는 것은 푸틴이 절박하다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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