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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검사 브리핑, '검찰式' 여론전 안돼야

기사등록 : 2022-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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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에서 우리는 '신용'이 금융시장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재확인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이후 채권시장 전체가 흔들렸고, 흥국생명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잠정 미루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추락한 '신용'이 자금시장 경색을 초래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신용'은 절대적 가치다. 우리는 금융기관에 '신용'을 증명하고 '돈'을 빌린다. 마찬가지로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신용을 사고팔아 영업을 한다.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의 인과응보, 일벌백계식 검사 방식이 우려되는 이유다. 금감원은 은행과 증권업계에서 발견된 이상 외환송금거래에 대해 여러 차례 중간 브리핑을 했다. 금감원이 검사 진행 중인 내용에 대해 중간 발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은행 이상 외환거래는 금감원의 자체 검사를 거쳐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건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 자칫 피의사실 공표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금융사 관계자는 "조사 정보 제공 과정에서 금감원이 언론에 이를 밝힌 경우는 없었다"며 "금융사 신뢰에 문제가 생길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중간 브리핑의 장점도 있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건을 브리핑하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고, 언론의 오보를 방지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조국 전 장관 때 만들어진 검찰 공보 규정을 전면 개정한다고 한데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금융시장에 시그널을 준다는 점, 장기간 이어지는 검사기간 동안 이슈가 묻히는 일을 방지해서 계도효과를 높인다는 점 등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한 은행권 내부통제 혁신방안에서 볼 수 있듯, 이 원장 취임 이후 은행권 사고 대응력은 실효성을 높여가는 모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검사 브리핑에 따른 금융기관의 '신용 추락'은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금융사에 범죄자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금융사 자체가 범죄 집단처럼 비쳐 신뢰하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금융지주·은행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국내외 수백명의 주주들이 있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중요 정보 유출을 엄격히 금지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현안은 금융시장 안정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로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파른 물가상승,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 경기 침체 우려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로 지난달 채권 거래 규모는 10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요구되는 일차적 관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byh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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