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공공기관과 손을 맞잡은 '신속통합기획안'으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이 일대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 통합개발 추진에 막혀 개별 단지의 재건축이 지지부진했으나 신속통합으로 선회하면서 개발 사업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낡은 주거단지가 초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용산과 함께 서울을 대표적인 지역으로 변모할 것이란 관측에 주택경기 급랭 시기에도 시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다만 아파트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재건축 착공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세 반등보다는 지지선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당분간 집값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 시범아파트 포함 3개 단지 신통기획 합류...최고 65층 탈바꿈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날 주요 대규모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면서 이 일대 재건축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한 주민은 "서울시의 여의도 '통합개발' 추진으로 재건축 사업이 4년여간 지지부진했는데 이번 신속통합기획으로 정비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일대가 재건축만 되면 반포, 강남을 뛰어넘는 주거 지역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뉴스핌 DB> |
신통기획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는 제도다. 조합 자체사업보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과 고도제한 등 규제 일부를 완화하는 대신 기부채납, 임대주택 비율을 높여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조합원 간 갈등으로 심한 단지가 사업 정상화를 위해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 확정으로 1971년 준공된 시범아파트는 기존 최고 13층, 1584가구에서 최고 65층, 2500여 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전용 200㎡ 9가구, 전용 135㎡ 385가구, 전용 101㎡ 750가구, 전용 84㎡ 988가구, 전용 59㎡ 340가구 등 중대형 위주로 구성된다.
용적률은 기존 172%에서 최대 400%로 높아지고 순부담률은 20%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부담하는 순부담률이 애초 25% 수준에서 낮아져 사업성이 개선됐다. 순부담률이란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측이 실제로 부담하는 정비 기반시설 비율을 말한다. 조합이 기부채납하는 부지에는 한강 수변공원과 문화시설 등을 공공시설이 들어선다. 앞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신통기획 방식의 사업방식을 적용해 내년 상반기 중 새롭게 지정될 예정이다.
임대주택은 200여 가구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법적 용적률 상한이 300%다. 여기에 100%p(포인트)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향후 조합원 평형 배분, 상가조합원 분양 등이 확정되면 가구수가 소폭 조정될 여지가 있다.
◆ 내년 정비사업 절차 본격화...시세 반등은 아직
시범아파트 사업 가시화로 여의도 일대의 재건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일대에는 `준공 40년` 이상된 재건축 추진 단지가 16곳, 총 8000여가구에 달한다.
시범아파트 사업지 주변 위치도<자료=서울시> |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삼부아파트도 신통기획에 합류했다. 1975년 지은 한양아파트는 최고 12층 588가구에서 최고 50층, 1000여 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연내 주민 공람 등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1975년 준공된 삼부아파트는 10개 동, 866가구에서 최고 60층, 1300가구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신통기획안이 한 차례 보류됐으나 서울시의 재검토 끝에 최종 선정됐다.
조합 자체 사업으로 진행 중인 공작아파트는 지난 8월 서울시의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이 가결됐다. 최고 12층, 373가구에서 최고 49층, 582가구(공공주택 85가구 포함)로 탈바꿈한다.
서울시 신통기획 담당자는 "시범아파트는 상가조합원 분양 등 내부적으로 조율할 부분이 남았지만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며 "이 일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여의도가 초고층 주거단지로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기대감과 달리 시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 금리인상 및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자 호재에도 투자자 유입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그럼에도 급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도 적어 실거래가 직전 최고가 수준에서 형성하고 있다.
여의도역 주변 A공인중개소 대표는 "주택경기가 급락한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이 지역 또한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라며 "다만 재건축 기대감으로 급매물 적체가 심하지 않아 강남권 및 주요 지역의 시세 하락과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