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SK그룹의 ICT·반도체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가 SK쉴더스에 대한 기업공개(IPO) 전략을 사모펀드 투자를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웨덴 발렌버리그룹 계열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실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SK스퀘어는 이례적으로 실사단계에서 투자유치 관련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SK텔레콤으로부터 분리돼 투자회사로 출범했다. 자회사로 SK하이닉스,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을 두고 있는데 이 중 SK쉴더스 IPO를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IPO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며 결국 실패했다. 이에 PEF를 통한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려는 모습니다.
◆SK쉴더스 투자유치설에 SK스퀘어 주가 상승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 |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스퀘어 주가는 이달 들어 3만6750원에서 3만9100원으로 6% 증가했다. SK스퀘어 주가는 이달 초 언론매체를 통해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상승했다.
통상 대규모 투자 실사 단계에선 투자가 확정된 상황이 아닌 만큼 외부 노출을 꺼린다. 반면 SK스퀘어 측은 오히려 투자 유치가 진행되는 상황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지난 8일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SK테크서밋' 행사 중 기자들과 만나 투자 관련 "첫 번째 투자 사이클 결실이 나올 것"이라며 "이를 기점으로 투자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EQT파트너스 투자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도 방어적으로 하지 않았고, 박 부회장 역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이야기한 만큼 현재로선 투자 유치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SK스퀘어 측은 지난 2일 SK쉴더스 신규투자 유치 관련 조회공시에 대해 "SK쉴더스의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 유치 및 지분 매각 방안 등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新투자 유치 못하면 자금부담 상황"
SK스퀘어 입장에선 SK쉴더스의 IPO가 어그러진 상황에 투자 유치가 다급한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쉴더스엔 이미 재무적 투자자(FI)가 IPO를 보고 들어왔지만 IPO가 실패했다"면서 "계약상 IPO를 추진하지 못 하면 FI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새로운 투자 유치를 못 하면 SK스퀘어 입장에선 결국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K쉴더스는 SK스퀘어가 지분 63.13%, 맥쿼리자산운용이 지분 36.87%를 보유하고 있다. SK스퀘어가 출범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 한 상황에 SK스퀘어 주가는 연초 대비 40% 가까이 빠졌다.
[사진=SK스퀘어] |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회사인 SK스퀘어 입장에서 SK쉴더스에 대한 목표는 구주를 매각해 투자를 회수하는 것이고 그 수단 중 하나가 IPO였다"면서 "IPO가 잘 안되니 기존에 들어온 FI를 다른 방식으로 엑시트 하게 해 주려는 것이고, 단순 투자가 아닌 공동경영이 거론되는 상황은 SK스퀘어 입장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실적부진→SK스퀘어 배당 부정적 영향
SK스퀘어가 SK쉴더스에 대해 IPO에서 PEF 투자 유치 쪽으로 방향을 튼 이유로 또 거론 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다.
SK스퀘어 수익은 SK하이닉스 배당금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을 통해 2211억원의 현금을 창출했고 배당금은 2719억원을 받았다. 배당금 수익 중 2688억원은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배당금이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7%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진 SK하이닉스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올 하반기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난달 16일 SK하이닉스는 실적 전망치를 크게 밑돈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수준에서 반 토막이 났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다운텀에 들어서며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이 같은 혹한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회사는 현금을 자회사 배당과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데 SK하이닉스 분위기가 안 좋다 보니 내년 배당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이 돌아야 주주들도 가져갈 몫이 생기니 투자 유치가 제대로 될 경우 SK스퀘어 기업 가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