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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곳 많은 롯데, 건설부터 '심폐소생'...유동성 부담없나

기사등록 : 2022-11-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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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롯데홈쇼핑에도 1000억 빌려
케미칼·정밀화학·호텔 등 모두 1.1조 마련
"적자에 투자도 해야" 계열사도 사정 빠듯
재무부담 가중에 지주사 신용도까지 하락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전방위 투자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롯데그룹이 유동성 고민에 휩싸였다. 당장 롯데건설이 갚아야 할 돈을 빌려주기 위해 계열사들이 '조' 단위를 투입하면서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롯데건설에 돈을 빌려주는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그룹 지주사의 재무부담이 가중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롯데홈쇼핑에도 돈 꾼 롯데건설, 계열사 1.1조 마련

롯데건설은 지난 10일 롯데홈쇼핑과 1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에 돈을 빌려준 계열사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에 이어 세 곳으로 늘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까지 더하면 5곳이 넘는다. 화학·쇼핑 등 사업군을 가리지 않고 계열사들이 롯데건설에 지원한 자금만 모두 1조1000억원 규모다.

롯데 계열사들이 롯데건설에 자금을 긴급 지원하는 이유는 얼어붙은 자금시장 때문이다. 주요 사업장에서 롯데건설이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어음(ABCP), 전자단기사채(ABSTB) 등 유동화 증권을 차환이나 상환해야 하는데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보니 일단 계열사 현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우발 채무 규모는 6조7491억원이다. 이 중 절반 가량인 3조1000억원이 연말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월별로 보면 10월 1조3573억원, 11월 1조3970억원, 12월 3472억원이다.

계열사들이 마련한 1조1000억원과 롯데건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7000억원, 은행권을 통해 추가로 마련할 자금 등을 동원하면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응은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한신평의 평가다.

◆"우리 투자도 시급한데..."

문제는 롯데건설을 지원하느라 약해진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3분기 4239억원을 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말까지 무차입 상태를 유지한 롯데케미칼은 업황 부진과 투자부담 확대로 순차입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인도네시아 NCC 설비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000억원을 마련해야 하고, 배터리 소재 등 신규사업 관련 투자도 진행해야 한다.

계획된 투자만 조 단위지만, 당장 현금을 투입한 곳은 롯데케미칼이 최대주주인 롯데건설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대여한 데 이어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876억원을 냈다. 6000억원 가까운 돈이 롯데건설에 투입된 셈이다.

3000억원을 롯데건설에 빌려 준 롯데정밀화학은 사실상 남아있는 현금성 자산을 모두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2대 주주인 호텔롯데는 지분율에 따라 861억원을 냈다.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지난해 2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1541억원의 법인세를 추징 당했다. 사실상 당분간 기업공개(IPO) 재추진 일정도 모호해지면서 재무구조 개선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의 매출과 영업익도 감소세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계열사 재무부담, 그룹 지주사에까지 악영향

계열사들에 과중된 재무부담은 결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10일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은 "약화된 이익창출력, 대규모 투자부담 등을 감안하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단기간 내 2021년 말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까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가중된 자금 부담이 지주사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 25.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지주는 지난 2020년부터 계열사 지분 추가 인수 및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에만 지난 4월 3984억원 규모의 코리아세븐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롯데헬스케어 설립에 7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20일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생산공장 인수를 위해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의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까지 무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자금시장이 관건이다.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원의 인수 자금 중 1조원을 내부 자금으로, 나머지는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884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과 정밀화학, 홈쇼핑으로부터 빌린 돈을 내년 1,2월까지 갚아야 해 차입기간은 길지 않다"며 "롯데건설이 무사히 돈을 상환할 경우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지만 금융시장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계열사는 물론 지주사까지 재무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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