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청년이 생활비를 낮은 이자율에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절반 넘게 감액됐다. 청년은 높은 대출 이자율과 취업난으로 가뜩이나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데 정부 지원마저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재원 부족 이유로 관련 예산을 줄였다. 하지만 재원인 복권기금 내년 수입 예산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생활비 대출 지원이 정부 사업 우선수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청년·대학생 소액금융 지원 예산은 150억원으로 올해 360억원과 비교해 58% 넘게 줄었다.
금융위는 '햇살론 유스' 이름으로 청년과 대학생이 저금리에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년이 대부업체 등 사금융을 이용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취업 준비생 또는 중소기업 1년 이하 근무자가 지원 대상이다. 연 소득이 3500만원 아래면 3.5% 금리에 최대 1200만원 범위에서 연간 6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햇살론 유스 사업 재원은 복권기금이다. 복권기금을 활용해 정부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보증을 제공하면 기업·신한·전북은행 등 협약을 맺은 시중은행에서 생활비를 대출 받을 수 있다. 복권기금에서 내놓는 출연 예산이 많아져 보증 규모가 커질수록 시중은행을 통해 풀리는 햇살론 유스 대출액도 증가하는 구조다.
[사진=금융위원회] |
금융위는 내년 편성된 예산 150억원을 보증 재원으로 활용하면 1000억원을 공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초 목표는 3000억원 공급이었다. 이를 위해 복권기금 예산 450억원 배정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복권기금 여유 상황 등으로 기재부 논의 과정에서 450억원은 15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위와 기재부는 복권기금 상황을 보며 추가로 관련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 복권기금 수입이 증가한다고 예상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 총수입 예산안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기재부는 내년 복권기금 예산으로 6조8274억원을 잡아놨다. 올해 6조4981억원과 비교하면 3293억원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복권기금은 복권 판매 수익금과 복권기금 운용 수익금, 소멸 시효가 완성된 당첨금 등으로 조성된다. 1000원짜리 복권을 팔면 약 410원이 복권기금에 쌓인다.
정부가 관련 예산 증액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대학생과 청년층 경제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율은 하루가 다르게 뛰며 청년층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 이자율은 지난 1월 4.9%에서 지난 9월 6.7%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일반 신용대출 이자율은 5.28%에서 6.62%까지 상승했다.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5.7%로 전체 실업률 2.4%보다 2배 넘게 높았다. 체감실업률로 꼽히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청년층에서 17.5%를 기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150억원 규모로 배정을 하고 내년 복권기금 상황을 보며 늘리기로 했다"며 "재원에 맞춰서 (햇살론 유스를) 공급하므로 재원만큼 공급 목표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년 복권기금 사정에 따라 긍정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한편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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