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채권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내년 금리 정점 기대와 함께 일찌감치 채권 투자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단기적으로 채권 약세장이 지속될 여지가 있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가섰다는 기대감이 채권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변동성이 확대된 주식시장을 떠나 채권 시장으로 발을 옮긴 상태이며, 앞으로 이러한 채권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 올해가 '저가매수' 적기
채권 투자에 대한 매력이 커진 데는 수 십 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가격과,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과는 달리 원금을 날릴 불안이 없다는 안전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채 수익률은 14일(현지시각) 기준 10년물이 3.829%, 2년물 미국채 수익률은 4.406%를 기록한 상태다. 연초 대비 가파르게 오른 수준으로, 수익률과 반대인 가격은 그만큼 저렴해졌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미국 채권시장이 1970년 이후 최악의 베어마켓을 연출 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도 현재 미국채가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라면서,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96% 수준이던 미국채 30년물 수익률이 현재는 4.38% 부근으로 12년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모틀리풀은 미국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만큼 원금을 떼일 일이 없다는 점도 아주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여건이 어려워질 경우 지급 불능 위기를 마주할 수 있는 회사채 대비 그만큼 안전자산이라는 것이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차트] 2022.11.15 kwonjiun@newspim.com |
◆ 월가 채권투자 추천 봇물
월가에서는 올해 거침없었던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전환될 가능성과,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내년 채권 가격 랠리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년간 잔인한 시기를 겪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채권시장에 있어야 한다"면서 오랜만에 채권이 주식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10년간 그 어느 때보다도 (채권 투자) 기회가 좋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빈센트 주빈스 글로벌 시장 전략가 역시 "채권을 둘러싼 일부 여건이 다시 매력적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몇 달 전과 달리 현시점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다만 예상과 달리 물가가 잡히지 않고 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경우, 채권 투자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시점을 분산해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이사예 채권 전략가는 투자 노트에서 "시작했을 때보다는 금리 인상 막바지에 다가서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경제 활동이 감소해야 국채 수익률이 상승을 멈추고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시간 기준 15일 오전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2.11.15 kwonjiun@newspim.com |
◆ 월가 금리 정점 판단은
월가 추천대로 내년 채권 투자가 빛을 보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반드시 정점을 찍고 내려와야 한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훨씬 더 낮게 나오면서 대다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 4.75~5% 수준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미국의 CPI는 연준이 물가 수준을 판단할 때 근거로 삼는 핵심 지표인데 이번 10월 CPI는 전년동월 대비 7.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 7.9%를 밑돌며 지난 1월의 7.5% 이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실업률이 아직 3.7%에 낮게 머물러 있고 고용 시장이 아직 양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의 정책 전환을 고려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오는 12월 고용 보고서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금리 전망이 다시 위를 향할 수 있다.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나왔던 예상보다 강한 고용 지표로 금리가 6%까지 오를 가능성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전했고, FHN파이낸설의 짐 보겔 금리 전략 담당 매니저도 "앞으로 4~5개월 안에 정말로 인플레이션에서 어떤 진전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얼리버드, 채권 시장에 자금 투하
조만간 채권시장이 랠리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에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자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은 개인 투자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채권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연준의 긴축과 맞물려 채권이 주식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그룹의 개인투자자용 채권 플랫폼에서는 3분기 중 일일 트레이드 건수가 최대 3000건으로 1년 전보다 거래가 3배가 늘었다.
스티브 샌더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총괄부사장은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면서 "금리가 낮았을 때는 별 관심이 없다가 지금은 포트폴리오에 적극 편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기등급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USD 하이일드 코퍼레이트 본드 ETF(티커:HYG)와 SPDR 블룸버그 하이일드 본드 ETF(JNK)로도 지난주 역대 가장 가파른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미국에서는 신규 채권 ETF 상장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데, 리서치 전문기관 스트라테가스리서치에 따르면 연초 이후 10월 말까지 미국 증시에서 출시한 신규 채권 관련 ETF는 총 79개로 집계됐다.
UBS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시된 신규 채권형 ETF 수는 같은 기간 출시된 대형주 주식형 ETF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