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수사팀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될 수 있지만 혐의 입증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는 수사기관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사례가 거의 없고 검찰이 적극적으로 피의사실을 알렸다고 볼 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1일 대장동 개발 특혜와 위례신도시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과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을 공수처에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 소속 '검찰 독재정치 탄압 대책위원회' 의원들 또한 지난 14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야당을 탄압하는 피의사실 공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장동 수사팀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과 유착해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수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피의자 신분인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 대한 피의사실과 수사 진행 상황, 피의자 진술 및 태도 등을 언론에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피의사실 공표죄는 검찰이나 경찰 등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10.24 hwang@newspim.com |
피의사실 공표는 언론보도를 통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수사기관이 기자에게 피의사실 정보를 제공해 기사화되거나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사실을 보도자료를 배포해 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실제 기소가 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기에 민주당의 고발 건을 수사할 순 있으나 혐의 입증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한 공적 사안은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 되지 않는다"며 "대장동 사건의 경우 이미 공적 사안이 돼버렸고,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구체적 근거 없이 피의사실 공표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은 되겠지만 기자들에게 취재원 공개를 요구하며 일일이 수사하기에 한계가 있고, 피의사실 공표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며 "울산 고래고기 사건의 경우도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했으나 기소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담당자가 알게 된 내용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렸을 때 피의사실 공표가 된다"며 "민주당이 고발한 사안은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의사실을 알리거나 언론과 접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전날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거대 정당에서 수사팀을 고발하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 중립성에 대해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겠지만, (민주당이) 너무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 가는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신속히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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