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려저축은행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의 주식처분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강문경 김승주 고법판사)는 24일 이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 및 주식처분명령 취소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8.12.12 mironj19@newspim.com |
앞서 금융위는 2020년 11월 고려저축은행의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에게 '2019년 6월 업무상횡령 및 배임죄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며 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6 제3항 등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라고 명령했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할 것을 명할 수 있다. 또 대주주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저축은행 보유주식의 10%를 넘는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금융위는 같은 해 12월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지 않자 "2021년 6월 22일까지 고려저축은행 보유주식 45만7233주를 처분하라"는 주식처분명령을 내렸다.
이에 이 전 회장은 "금융위 명령의 근거가 되는 상호저축은행법 규정이 2010년 9월 시행됐는데 횡령·배임 범행 대부분은 규정 시행 이전 발생한 범죄사실에 대한 것"이라며 "규정 시행 이후 발생한 범행만 판단했을 경우 벌금형 등 훨씬 낮은 형이 선고됐을 것이 명백해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횡령·배임 범행의 위반금액인 2800만원에 비해 처분 대상 주식의 가치는 약 471억원에 달하고 주식을 처분할 경우 경영권을 상실하게 돼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라며 금융위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금융위가 한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과 주식처분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해당 규정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가 도입된 2010년 9월 이후 발생한 불법행위부터 적용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며 "규정 시행 이후 발생한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한해 적용하는 것으로 제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 처분은 대주주의 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것으로 헌법상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처분사유의 존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야 한다"며 "해당 규정 시행 후 발생한 이 사건 횡령·배임 범행만을 대상으로 양형을 정할 때 반드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의 공소사실인 섬유제품 판매대금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와 주식 저가 매수로 인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은 2010년 9월 이전 발생했고 허위 회계처리, 직원 급여 부당지급 등 혐의는 규정 시행 전후에 걸친 범행으로 조사됐다.
금융위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