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을 기업 자율에 맡긴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도 기업은 사고 예방보다 처벌 회피에 집중하는 경향인데다, 스스로 위험요인을 제거하려는 예방 체계가 미비하다는 판단하에서다.
이를 위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고, 관계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부적정 위험성평가에 대한 시정명령과 벌칙을 신설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고용노동부] 2022.11.29 swimming@newspim.com |
◆ 위험성평가 의무화…기업 '책임' 강화
고용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오는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0.29‱로 감축해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고, 2024년에는 50~299인, 2025년에는 소규모 5~49인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고용노동부] 2022.11.29 swimming@newspim.com |
기업 스스로 사업장 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아차사고나 실제 사고 발생한 작업·공정을 중점적으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위험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그림이다.
고용부는 사고 분석 지원을 위해 내후년 '재해원인 분석·공유 매뉴얼'을 마련하고, 세부 업종별 주요 사고 사례 등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기업이 쉽게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 등 다양한 평가 기법을 개발해 내년부터 보급할 예정이다.
사고 예방은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인 만큼 위험요인 파악과 개선대책 수립 단계는 물론 사전준비나 위험성 추청결정 등 전체 단계에 근로자 참여를 확대한다.
모바일 앱(APP)도 배포해 위험성평가 결과가 현장 근로자까지 실시간 공유되도록 하고, 동종‧유사 기업과 위험성평가 운영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시스템 마련한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고용노동부] 2022.11.29 swimming@newspim.com |
중대재해 감독 체계 역시 내년부터 '위험성평가' 점검을 중심으로 전환한다.
근로자 인터뷰 등을 거쳐 위험성평가 결과를 공유 받았는지 여부와 평상 시 안전관리 관행 등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한다. 자체 안전보건 관리 규정을 이행했는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했는지 등도 감독 대상이다.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충분히 예방 노력을 한 기업은 수사 과정에서 이를 감안하겠다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2025년부터는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산업안전 예산 등을 포함해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자율적 공시 형태에서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반드시 안전 투자 내역을 알려야 하도록 하는 등 ESG 경영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소득 3만불 선진국에 걸맞게 중대재해 감축 정체기를 극복하고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존 사고와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대전환하고 중대재해 감축에 범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679개 넘는 산안법 규칙…현실 맞게 정비
현재 679개에 달하는 안전보건기준 규칙도 현실에 맞게 내년 정비를 시작한다. 개편안은 기술 및 산업구조 변화, 위험기계·기구별 안전기준의 현장 적합성 등을 고려해 추진한다.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핵심규정은 처벌이 가능토록 법규성 유지하고, 산재예방을 위해 선택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항은 예방규정으로 전환한다.
고용부는 근로자 안전과 직결된 관계 법령도 손질해 중복 규제를 개선하고 법령 간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광산안전법, 원자력안전법, 항공안전법, 선박안전법 등에 대한 관계부처 공동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타 법령 상 안전보건관리 기준이 산안법령에 미달 시 산안법령을 보완 적용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고용노동부] 2022.11.29 swimming@newspim.com |
내년 상반기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 개편을 위한 '산업안전보건 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할 전략이다.
이와 함께 내년 중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내 원하청 기업 간 역할이나 범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2024년에는 더 나아가 중간 하수급인의 법적 책임화를 명확하게 규정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위험성평가의 현장 안착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안전감독 및 법령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험성평가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위반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위주로 처벌요건을 명확화하고,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도 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망사고 80%는 소규모 사업장…집중 지원 확대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80.9%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할 정도로 소규모 업체일수록 중대재해 발생 확률이 높은 편이다.
고용부는 대기업과 비교해 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 자체가 부족한 만큼 안전관리 역량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중소기업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되는 2024년에 신규 또는 고위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단-시설개선-컨설팅'을 종합 지원하는 안전일터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고용노동부] 2022.11.30 swimming@newspim.com |
중소기업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자등록 정보와 연계해 신규 설립 사업주에게 산재 예방 정보 및 교육과 함께 안전일터 패키지 프로그램 참여를 안내한다.
중소기업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보다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이뤄진다. 현행 안전투자혁신사업을 개편해 2024년부터 안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소규모 제조업의 노후·위험 공정 개선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더불어 내년부터 중소기업도 위험성평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라 포괄적 방식으로 지원 품목과 시설을 확대한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위험 작업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CCTV 설치를 제도화해 사고 예방에 나서기로 했으며, 대기업과 대학 등 민관 협력으로 스마트 안전기술·장치 연구개발도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로드맵은 선진국의 성공 경험, 수많은 안전보건 전문가와 현장 안전보건관계자의 제언에 기초해 마련한 우리 현실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중대재해 감축 전략"이라며 "누구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고용노동부] 2022.11.30 swimming@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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