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코스피 지수가 11월 한 달 새 8% 가까이 상승했다. 10월 중순부터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며 올해 2차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강세)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킹달러 현상이 한풀 꺾인 데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이 거론되며 한동안 외국인 수급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스피 지수는 2472.53포인트로 마감했다. 11월 1일 기준가가 2293.61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7.8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0월 한 달 간 6.41%포인트 오른데 이어 두 달 간 상승하며 2400선에 안착했다. 코스피 지수는 9월 말 2100선까지 밀린 바 있다.
11월 국내 증시는 10월에 이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떠받쳤다. 지난 한 달 간 외국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종목을 4조147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은 각각 3575억원, 3조8855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지난 10월에도 외국인은 3조237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고, 기관·개인은 순매도로 일관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다. 코스피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8261억원 규모로 순매수한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월 11일 62만9000원으로 신고가를 새로 썼다. 3분기 실적이 시장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매수세가 붙었다.
또 다른 2차전지 기업인 삼성SDI도 3092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삼성SDI 역시 3분기 매출 5조3680억원, 영업이익 5659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호실적에 국내외 시장점유율 상승,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 기대감 등으로 주목받으며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종목은 삼성전자도 7393억원 규모로 외국인 장바구니에 담겼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맞먹는 규모다. 이 밖에도 순매수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기(2013억원), 한화솔루션(1528억원), 고려아연(1315억원), 카카오뱅크(1151억원), 롯데케미칼(1101억원), LG이노텍(1078억원), 두산밥캣(963억원) 순이다.
전문가들은 11월 들어 일명 '킹달러 현상'이 한풀 꺾이면서 외국인 수급 여건이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마저 위험자산으로 인지될 정도로 '달러 강세', '달러 선호' 현상이 심화되더니 11월 들어 달러 강세가 완화됐다.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하더니, 이달 들어 1290선까지 내려앉았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달러 강세기에는 모든 투자자들이 신용 리스크 등을 감안해 달러로 들어갔을 텐데, 그 달러가 꺾였다는 것은 위험 자산을 사야 된다는 시그널"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포션(분량)을 많이 줄여놓은 곳을 다시 채워갈 테니 (국내 증시 순매수는) 그런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또 "외국인들은 특정 종목을 선별하기보다는 시가총액 대형주를 사고 있다"며 "달러가 꺾이는 순간 한국이 가장 좋아진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냥 '한국 시장을 샀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변심 발언'도 외국인 수급 여건을 개선할 재료가 될 전망이다. 전날 파월 의장은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이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는 데 충분한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는 빠르면 12월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매파 성향을 보였던 파월 의장이 돌연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뉴욕증시는 환호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나스닥 지수는 4.41%, S&P500 지수는 3.09%,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18% 상승 마감했다. 국내 증시도 코스피 지수 0.30%, 코스닥 지수는 1.52% 오르며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분위기 변화가 한동안 국내 증시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달러화 약세 전환,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외에도 중국의 점진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이 투자 환경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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