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약 6년 전 마약범죄로 입국금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총영사가 사증(비자·VISA) 발급 요건 충족여부를 별도 심사하지 않았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부장판사는 A씨가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A씨는 지난 2014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으로 징역 2년6월 및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은 A씨에게 출국명령을 했고, 법무부 장관은 2015년 6월 30일 A씨의 입국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2015년 7월 1일 미국으로 출국한 A씨는 2021년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총영사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총영사는 A씨가 출입국관리법상 입국금지 대상이라는 이유로 사증발급을 거부했다.
A씨는 "피고는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약 6년 전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을 했다"며 "피고는 관계 법령상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자체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이에 대해 총영사 측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른 입국금지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으로 피고는 입국금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인도적 사유가 인정된다면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10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사증을 발급할 수도 있으나 원고의 경우 특별한 인도적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재직 중인 기업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볼 증거가 전혀 없는 점, 원고는 출국 당시부터 입국이 금지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원고가 반드시 대한민국에 입국해야만 친인척과의 교류가 가능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서에는 '귀하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입국의 금지) 제1항에 해당합니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가 이 사건 처분 당시 행한 재량심사의 내용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 스스로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을 존중하여 이 사건 처분을 했다고 주장하고, 또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에게 사증을 발급할 특별한 인도적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형량하지 않고 단지 약 6년 전에 이 사건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는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 사건 입국금지 결정은 원고의 범행을 이유로 이루어진 제재 조치인 바 그로부터 약 6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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