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주요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패권전쟁이 한창이다. 경쟁국가들이 앞다퉈 반도체법을 통과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 가운데,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만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 지원책 쏟아내는 경쟁국가들...세제 혜택부터 컨소시엄 구성까지
바람에 펄럭이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좌)와 중국의 오성홍기. 2021.01.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6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서명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반도체 산업에 280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을 지원하고 연구 등 반도체 산업에는 520억달러를 지원한다. 또 규모에 관계없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유럽연합(EU)도 지난 2월 '유럽 반도체법'을 발의했다. EU는 오는 2030년까지 민관 투자를 통해 430억유로 규모 펀드를 조성,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서 EU 비중을 현재 9% 수준에서 최소 20%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외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새로운 칩 지적재산권을 만들고자 중국과학원·기업·연구기관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해당 컨소시엄을 ARM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 방식을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반도체 기업 지원을 위한 보조금 7740억엔을 편성했고,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의결했다.
◆韓 'K칩스법'은 국회 계류중...연내 처리 어려워
반면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한국 정부의 반도체 관련 법안은 몇 개월째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네 달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조례특례제한법 개정안' 두 가지로 구성된다.
K칩스법 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은 20%,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25%, 30%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경쟁국들의 세제 지원 혜택과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은 특화단지 조성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후 민주당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여야 합의에 성공했지만, K칩스법의 연내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 감소..."기업들 해외로 나갈 가능성도...규제 완화 시급"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2022.10.27 hwang@newspim.com |
가시적인 반도체 수출 감소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 대표 품목인 반도체 부문 실적은 지난해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기 전, 정부 차원에서 경쟁국가에 준하는 수준의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타 경쟁국에 비해 한국이 (지원 부분에 있어)많이 늦다"며 "한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대기업 산업이라고 생각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국가들이 지원책을 속속 제시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기업들이 떠나고 난 뒤 정부가 도와주겠다고 하면 이미 시기가 늦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제혜택뿐 아니라 산업단지 등 공장 조성 과정에서의 인허가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 등 조성에 있어서도 규제 등을 현실성 있게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 줬으면 한다"며 "환경영향평가 등 공장 인허가에 필요한 다양한 규제 역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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