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2% 내릴 것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실손보험료의 두 자릿수 인상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올해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0%에 육박해 이를 낮추기 위해선 보험료를 매년 21%씩 올려야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입한 상품인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정치권이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건 탓이다.
실손의료보험 비교화면 [사진=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 |
보험업계 관계자는 9일 "정치권이 실손보험 요율 인상이 10%를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내년 두 자릿 수 인상은 어려워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손보사들은 10%대 중후반의 인상률을 주장해 실제 인상률은 정치권과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거친 뒤 그보다 소폭 낮은 10%대 초반이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정치권은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건 것으로 파악된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날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실손보험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많이 노출돼있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은 고객이 병원 치료에서 낸 의료비를 일부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올해 3월 현재 가입자 수가 3977만명에 달해 '국민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매해 과잉 진료 논란에 휩싸이면서 손해율이 100%를 넘어 손보사들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보험 상품의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들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127.9%로 집계됐다. 1세대는 141.9%, 2세대는 123.8%, 3세대는 129.3%로 각각 나타났다. 1~4세대 연간 손해율은 2016년에는 131.30%, 2017년에는 121.30%, 2018년에는 121.20%, 2019년에는 133.90%, 2020년에는 129.90%, 2021년에는 130.4%를 기록해오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전망대로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10% 미만에 그치면 적자 규모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김경선 연구위원은 "손해율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 향후 5년간 실손보험의 누적 위험손실액은 약 30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5년 내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을 100% 이내로 유지하는 정상화가 이뤄지려면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격 규제를 강하게 유지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보장받을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보험사들은 가입연령을 낮추고 심사 기준을 높이고 있다"며 "실손보험의 신상품 요율 조정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25%로 설정돼있던 보험료 조정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급여 관리, 지속적인 상품구조 개편, 이해관계자 간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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