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내년에 실시될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에서 본격적인 신경전을 펼쳐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선거인단에서 당원 비율의 변동 여부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당대표를 선출한다. 그러나 당원 비율을 90% 또는 100%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원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의 근거는 책임 당원의 역할론이다. 오랜 기간 동안 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당 대표를 뽑는 데 있어서 당원들의 의견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민심을 따라가지 못하는 룰 개정이라고 비판한다.. 수도권과 중도층에 강점이 있는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돼야 총선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포럼에서 권성동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혁신 24 새로운 미래'는 김기현 의원이 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부 모임으로 이 날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시대의 과제, 사회통합과 정치 선진화'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2022.06.22 kilroy023@newspim.com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 논의에 착수했다. 늦어도 내년 1월 초에는 데드라인을 정해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당 밖에서는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다.
당심 비율을 높이는 룰 개정에는 친윤계 의원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2024년 총선에서 '친윤계' 당대표가 선출돼야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서는 당원 투표 비율을 높이면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친윤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인 것과 맞물려 친윤계 의원들의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의원은 "국민의힘은 모두 '친윤'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의 힘을 싣는 당대표가 선출돼야 한다"면서 "당심 비율을 높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더 큰 리스크를 가져갈 바에는 약간의 리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며 "최근 당원들에게 '역할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만큼은 당심 비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친윤계 대표 주자인 김기현·권성동 의원은 직접 당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 의사가 절대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권 의원 역시 "당원투표 100%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승민 전 의원.. 2022.04.19 kilroy023@newspim.com |
반면 안철수·윤상현 의원과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은 룰 변경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1위로 꼽히고 있는 유 전 의원은 룰 개정을 놓고 "삼류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9대1 이야기를 하던데 축구하다가 갑자기 골대를 옮기는 법이 어디 있나"라며 "유승민 한 명 이겨보겠다고 전당대회 룰을 바꾸면 국민들께서 얼마나 찌질하다고 생각하겠나"라고 일갈했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부산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7대3 룰의 역사가 20년"이라며 "그동안 안 바뀐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도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다면 지금 비율(7대3)도 손색이 없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은 모양세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룰을 바꾸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룰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당심 비율을 높인다고 친윤 주자들에게 유리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당원이 60만명 이상 늘었기 때문에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당초 국민의힘 당원은 20만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뒤 약 60만명 가량의 당원들이 증가했다"라며 "최근 입당한 당원들의 경우 이 전 대표를 보고 입당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원 비율을 높인다고 친윤계 주자를 찍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리더십 문제도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 비율을 높였음에도 친윤계 주자가 선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만약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당선을 위해 당원 비율을 높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친윤 주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룰까지 바꿨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당대표는 가장 힘이 강하면서 혼란스럽다는 공천권을 갖고 있다. 만약 선출 과정에서부터 허점이 있다면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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