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1세대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인 샤오펑(小鵬·Xpeng)이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달에는 전기차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며 업계 선두 자리에서 밀려났다. 최근 출시한 신차마저 인기를 끌지 못하자 고위급 간부가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11월 판매량 순위에서 샤오펑은 체면을 구겼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3% 가량 급감한 5811대에 그치면서 경쟁 업체인 리샹(理想·Li Auto)·웨이라이(蔚來·NIO)와 큰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11월 월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샤오펑이 유일하다.
[사진=바이두(百度)] |
샤오펑과 함께 중국 전기차 업계 3대 신흥주자로 꼽히는 리샹은 지난달 1만 5034대, 웨이라이는 1만 4178대를 판매, 1세대 '3대 신흥주자' 중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양사의 11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30% 증가한 것이다.
중국 전체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서의 순위는 더욱 저조하다. 네타(哪咤·NETA)가 11월 1만 5072대 판매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링파오(領跑·립모터)가 8047대로 4위에 오르면서 샤오펑 순위는 5위로 밀려났다.
샤오펑이 올해 설정한 판매량 목표치는 25만 대. 그러나 1~11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목표치의 절반가량에도 못 미친 10만 9465대에 불과하다. 업계는 올해 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하반기 들어 월간 판매량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가도 고꾸라졌다. 지난 1월 초 197.2홍콩달러(HKD, 약 3만 3300원)에 달했던 홍콩 주식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이달 9일 종가 기준 46.850HKD까지 내렸다. 11개월 사이에 76% 이상 급락한 것이다.
샤오펑의 '패착'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핵심 전략에 있다. '스마트화'와 '자율주행'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설립 초기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쟁 상대인 웨이라이는 '서비스'를, 리샹은 '가정용 SUV'를 강점으로 부각시키며 고정 타깃층을 확보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샤오펑 측은 그러나 '스마트화 전략'을 고수할 것임을 밝혔다. 허샤오펑(何小鵬) 샤오펑자동차 창립자 겸 회장은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단기적인 인도 파동이 샤오펑의 장기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샤오펑의 자율주행 기술 우위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더욱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샤오펑은 현재 차세대 첨단주행보조시스템인 'XNGP'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내년 3분기 주요 기능을 선보인 뒤 최소 수십 개 도시에서 서비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오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68억 2300만 위안(1조 28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29% 증가한 것이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8.2% 감소한 것이다. 순이익은 마이너스 23억 76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2022.12.12 hongwoori84@newspim.com |
한편 지난주(12월 5~12일) 주말을 앞두고 샤오펑 내부에 중대 인사발표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징바오(新京報) 등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리펑청(李鵬程) CEO 보좌관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리펑청은 중국 이치(一汽)자동차와 독일 폭스바겐 합자법인인 '이치 폭스바겐'에 15년간 몸 담았다가 2019년 샤오펑에 합류했다. 부총재로 취임하며 브랜드 기획 및 홍보를 총괄하던 중 지난 10월 구조조정을 통해 부총재에서 'CEO 조리(助理·비서관,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퇴사는 CEO 조리가 된 지 두 달 여만의 일이다.
업계는 리펑청에 대한 10월 인사발령에 대해 '사실상 강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 조리란 일종의 '고문'격일 뿐이라며 리펑청이 종전에 가졌던 시장 마케팅 결정권 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펑청의 강등 및 퇴사의 원인으로는 샤오펑의 신형 스마트 SUV G9의 판매 부진이 꼽힌다. 지난 9월 말 출시된 G9은 난해한 포지셔닝과 낮은 수준의 자동화 기능 등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지 못했고 경쟁사인 리샹의 지능형 플래그십 SUV 모델인 L9보다 못 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심지어는 G9 출시 이후 리샹의 L8, L7 강점이 더욱 돋보였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샤오펑 자료에 따르면 G9 인도량은 10월 623대, 11월 1546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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