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정부가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행 37%인 인하폭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물가상승을 견인했던 유류가격이 현재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분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도 유류세를 인하하되 인하폭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연초 2000원 넘던 휘발유 가격 1600원 아래로 '뚝'
앞서 정부는 널뛰는 유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류세를 20% 인하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00원을 웃돌았는데, 정부 조치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4원 내렸다.
그럼에도 국제유가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유가는 도통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5~6월에는 인하폭을 30%로 끌어올렸고, 지난 7월부터는 법정 최대 인하폭인 37%를 적용해오고 있다. 휘발유 기준 리터당 304원까지 깎이는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조치는 오는 31일 종료된다.
그러나 최근 유류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판단도 달라지고 있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578.73원으로 전날보다 4.86원 내려갔다. 일일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16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1년 6개월 만이다.
이는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효과가 컸다. 지난 9일(현지 시간) 기준 서브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1.02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치솟았는데, 하반기부터 점차 낮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70달러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다.
◆ 유류세 인하로 교통세 전년비 5조 급감…재정 부담 가중
당분간 이러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으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상으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점도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석유가격 하락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2.08.01 fedor01@newspim.com |
유류세 인하에 따른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의 계속된 유류세 인하조치로 지난 10월까지 교통·에너지·환경세수(9조4000억원)는 전년보다 4조9000억원(34.1%) 감소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흐름을 지켜보면서 유류세 인하폭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입장이다. 올해 연말까지 37% 인하율을 적용한 뒤, 내년부터는 인하폭이 30%, 20% 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단 동절기 난방 수요와 가격 동향을 봐가면서 인하폭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동절기에는 일단 인하폭을 유지하되, 경유에 더 높은 인하폭을 적용하는 등 유류별로 인하폭을 차등 조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재부는 "내년도 유류세 연장과 환원 여부는 유가 동향,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며 "최종 방안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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