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현대 사회에서 무언갈 요구할 땐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들어주는 게 일반적이다. 요청을 하는 입장인 만큼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주고받기) 해서 최소한 손해 보는 게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 차원이다. 어려운 일을 부탁할수록 배려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
이수영 경제부 기자 |
흥미로운 점은 현재 우리 노정 관계가 기브앤테이크에서 벗어나 한쪽만 강요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노사정 한 마음으로 노동개혁을 해보자고 제안하면서도 정작 노동계 요구나 입장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있다.
근래 벌어진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 때도 이러한 분위기는 감지됐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으나 애당초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인 이들이 속한 '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들은 화물연대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간주하고 엄벌에 처할 것을 시사했으며, 결국 업무개시명령이란 무력 카드까지 꺼내 '선 대화 후 복귀'를 외치던 운전자들에 재갈을 물려 일터로 복귀시켰다.
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향한 '법과 원칙'의 승리였던 셈이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를 '담합'과 연관 지어 불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사를 내놓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노동계 입장을 들어줄 곳 하나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자 노동계는 국제노동기구(ILO)를 찾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기브앤테이크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화물연대란 발등의 불은 껐지만 주 52시간제와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한 노동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유연하게 대화와 조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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