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전례 없는 반도체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내년 4분기 실적 역시 예상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전체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시스템반도체 설계 부문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이천 M16공장 전경 [제공=SK하이닉스] |
14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손실이 1조5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예상 영업손실은 1조5400억원으로 종전 추정치(8420억원 손실)를 하회할 것"이라며 "2023년 연간 영업손실 역시 3조5000억원으로 종전 추정치(2조원 손실)와 시장 전망치(9057억 손실)를 밑돌 것"이라고 전했다.
위 연구원은 "10월 PC D램 가격 하락에 이어 11월부터 서버 D램 가격 하락폭도 확대 중이며, 전방인 IT 수요는 소비자 구매력 감소로 여전히 부진하다"고 부연했다.
증권가의 분석과 같이 D램 가격 흐름은 심상치 않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지난해 D램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한 서버용 D램 시장 역시 축소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4분기 서버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23~28%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리나 메모리 반도체의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활발히 수익을 창출하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 달리 SK하이닉스는 D램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D램의 가격 하락 전망은 SK하이닉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였던 솔리다임을 인수해 발생한 누적손실 9000억원가량 역시 떠안고 있다.
여기에 쌓이는 재고까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지난해 지난 3분기 8조989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재고 일수만 해도 39.5주로 위험 수준이다.
재고일수만 40주에 달하는 많은 양의 재고를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할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스마트폰을 포함한 IT 제품 소비를 줄이자,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계속 쌓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단시간에 개선되지 않는 한, IT 제품 수요 감소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한파 상황이 쉽게 반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1.7% 수준으로 전망돼 올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 기업의 30% 정도가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반도체가 팔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반적 사이클과 달리 이번엔 회복이 어려워보인다"며 "이제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는 버티기 쉽지 않을 것 같고, 지금도 사업을 영위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업구조를 바꿔 파운드리나 시스테반도체 설계 쪽으로 무게중심을 빨리 움직이는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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