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유통 플랫폼인 쿠팡과 제조기업인 CJ제일제당의 힘겨루기가 보름가량 이어지면서 앞서 발생했던 쿠팡과 LG생활건강의 맞대결도 재조명받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진율 협상이 불발되며 발주 중단 사태로 이어진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힘겨루기는 이달 초 발주가 중단된 이후 보름가량 계속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1.03.12 pangbin@newspim.com |
이커머스 업계 거래액(추정치) 1위인 쿠팡과 식품업계 매출 1위인 CJ제일제당이 마진율을 놓고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이번 발주 중단 사태는 제조업과 유통업의 자존심 경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앞서 2019년에도 쿠팡은 비슷한 이유로 LG생활건강과 부딪혔다. 당시 위법 여부를 들여다 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서를 보면 이때도 결국 문제의 핵심은 '마진율'이었다.
의결서에 따르면 쿠팡의 최저가수준을 관리하는 프라이싱 팀은 LG생활건강을 비롯한 총 101개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 판매 가격을 올리거나, 쿠팡 판매 가격을 경쟁사보다 낮게 유지하도록 유도했다. 또 마진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요구로 광고 게재를 요구했다.
또 쿠팡이 논리도 그때와 지금이 유사하다. 당시 쿠팡은 LG생활건강이 대기업 제조업체임을 강조하며 우월적 지위는 LG생활건강이 가지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고, 이번에도 CJ제일제당 발주 중단 사태를 '대기업의 갑질'로 규정지었다.
이 논리에서 공정위가 손을 들어준 쪽은 LG생활건강이었다. 공정위는 납품업자 또는 그 지배회사가 관련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대규모유통업자가 갖는 사업상 의미가 크다면 유통업자의 우월적 지위가 인정된다고 봤다.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 음료 사업자로서 갖는 시장 내 지위나 LG그룹 계열사라는 점과 무관하게 쿠팡에게 상품을 납품하는데 있어서는 우월적 지위를 갖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현재 쿠팡은 공정위의 이 같은 1심 판결과 그로인해 부과된 시정명령과 과징금 33억원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되고 있다.
행정소송으로 까지 이어지며 코카콜라나 샤프란과 같은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상품은 여전히 쿠팡이 직매입해 배송하는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없는 상태다.
공정위는 쿠팡이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LG생활건강의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쿠팡은 불복 소송이 받아들여지고 나서 직매입을 재개하는 것을 원하는 눈치다.
다만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이 공정위 제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발주 중단 이후에도 쿠팡과 CJ제일제당은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겨루기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징적인 사건들을 계기로 쿠팡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유통 시장에서 갖게 될 영향력이 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사몰(D2C)을 강화하거나 브랜드 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