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KT 신임대표 단독 후보로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음에도 '복수 후보' 심사를 자처한 것을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구 대표가 다른 후보와 경선을 통해서도 충분히 승기를 쥘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 KT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졌던 정치권 낙하산 대표 인선을 예고하는 움직임이란 시각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뽑는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이사회를 거쳐 신임대표 선출을 단독후보 방식에서 복수후보를 통한 경선 방식으로 진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KT AI/DX융합사업부문 송재호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
이것은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이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현직자를 우선 심사하는 것을 두고 문제를 삼은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KT 지분 10.7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KT 한 관계자는 "KT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고 내년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국민연금 뜻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입장에 발을 맞추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고, (대표후보)단독 추천을 받을 순 있지만 후보군을 넓히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굳이 국민연금 의견까지 묵살하며 명분 없이 대표직에 오르느니 차라리 연임 가능성도 높으니 명분과 실익을 얻기 위한 결정"이라며 "구 대표가 연임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대주주 승인까지 얻은 결과가 될 테니 연임 후 본인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대표 연임에 힘을 싣는 것은 구 대표가 KT 대표로 취임한 이후 KT의 기업가치가 많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구현모 대표는 취임 후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기업 전환과 함께 비통신 영역인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실었다. 또 자본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한 결과 2만원대에 머물던 KT 주가는 3만6000원대로 올라섰다.
반면 신임대표 경선 방식이 구현모 대표로 굳어졌던 KT 차기 대표 자리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기업에서 2002년 민영화한 KT는 정치권 낙하산 대표가 관행적으로 이어졌다. 구현모 대표가 남중수 전 사장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내부 인사로 대표 자리에 올라 낙하산 인선 고리를 끊었지만, 정권이 교체된 현 시점에 외부 입김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가 KT텔레캅 조사에 돌입했다는 점이나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선임시 현직자 우선심사를 문제 삼았다는 점 등은 일종의 구현모 대표 연임에 반대하는 정치권의 시그널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단독후보로 내세웠던 구현모 대표가 적격한데 굳이 경선으로 돌아선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KT텔레캅이 특정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는지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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