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2-12-19 17:50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18일 쏘아올린 발사체를 '정찰위성'이라 주장하고 나섰지만 저급한 수준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공대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상도의 위성사진을 공개한데다, 최소한의 실험 시설도 갖추지 못한 사실까지 드러난 때문이다.
첫째로 지적할 수 있는 건 북한이 공개한 위성영상의 해상도 문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주개발국이 제공한 영상이라면서 서울과 인천을 상공에서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정찰용으로 사용하려면 분해능(해상도)이 50cm급은 돼야 하는데 한참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서구 국가의 대학생들이 만드는 초보적인 실험 위성의 경우에도 20m급을 쓰는 경우는 없고, 이 정도로는 아예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둘째는 영상이 허위이거나 조작된 정황이 확인된다는 점이다.
요 며칠 사이 한반도 전역에는 상당한 양의 눈이 내렸고 기온이 낮아 특히 산악지역에는 육안으로 봐도 드러날 정도로 하얀 눈이 덮였다.
하지만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지역 등 도심은 물론 산지에도 눈이 쌓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미리 촬영했던 영상을 이번에 찍은 것처럼 허위로 제시했거나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셋째는 최소한의 위성 관련 시험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드러났다.
중앙통신은 "시험을 통하여 우주환경 조건에서의 촬영기 운용 기술과 통신 장치들의 자료처리 및 전송 능력, 지상 관제 체계의 추적 및 조종 정확성을 비롯한 중요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주 및 위성 전문가들은 북한과 같은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위성 개발 시 극한의 기온차 등 우주환경에서의 시험은 열 진공 챔버 등 지상 시설에서 이뤄진다.
북한의 경우 이런 시설을 만들 예산이 없거나 엄두를 내지 못해 직접 쏘아 올려 테스트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북한이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도 18일 이뤄진 시험발사를 "중요한 성과이자 정찰위성 발사의 최종 관문 공정을 거친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김정은의 압박 때문일 것이란 게 전문가 그룹의 판단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극초음속 미사일 ▲수중 및 지상 발사 고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 및 수중발사 전략 핵무기 ▲무인 정찰기 등을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5대 핵심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군사 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 지역과 일본 지역, 태평양 상에서의 미 제국주의 침략 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며 조속한 개발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 북한은 위성 테스트를 내세운 시험발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저런 허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19일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 위성 1호기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혀 국가주석 김일성(1994년 7월 사망) 생일에 맞춘 정찰위성 개발 압박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