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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유진상교수 "한국미술계,엘리트 컬렉터가 필요하다"

기사등록 : 2022-1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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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지닌 컬렉터들이 미술시장 견인해야
동시대미술계 최고 키워드는 '프로덕션'.
뛰어난 콘텐츠와 높은 수준의 콘셉트가 핵심요소

[서울 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곧 새해가 밝아온다. 2020년대 세계 미술계는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출발했다. 고가 블루칩 작품의 확산, 초현대미술과 NFT의 등장, 온라인마켓의 부상으로 출렁였다. 특히 한국 미술시장은 사상 최대의 '불장'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금새 '불황'의 시그널이 켜지며 2022년 중반부터 조정기로 선회했다. 여러 지표와 통계들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미술계를 떠받치는 수집가들과 작가, 화랑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술평론가이자 기획자인 유진상 교수(계원예술대)로부터 그 해답을 찾아본다.

[서울 뉴스핌] 격변기 미술시장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찰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유진상 교수. 특히 문해력을 갖춘 엘리트 컬렉터가 더 늘어나야 한국 미술시장이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2.12.25 art29@newspim.com

 - 2023년은 한국 미술계로선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작년 9월에 이어 또다시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열린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해 경매사들의 낙찰총액이 25~30% 줄고,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작품값도 하락세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되었고, 미술시장도 그 영향으로 활력을 잃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경제위기에 미술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UBS리포트에 따르면 세계미술시장은 약 40%를 미국이, 20%를 영국이, 20%를 중국이 점해왔다. 최근 중국의 봉쇄정책과 이로 인한 침체로 세계미술시장의 대부분을 서구가 주도하게 됐다. 이 큰 시장을 전통적 주도세력인 서구 주요 작가들과 메이저 플레이어(화랑및 경매사)들이 좌우하고 있어 실은 미술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더구나 미국, 유럽의 작가와 화랑들은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내러티브와 세계관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니 국제 미술시장의 상층부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서울 뉴스핌] 이영란 기자= 게르하르트 리히터, 'S. with Child'.1995. 지울 수 없는 것을 지움으로써 지워지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리히터의 이 작품은 지우기와 잔여의 상관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마리안굿맨 갤러리 전속이던 리티허는 2022년 전속 화랑을 데이비드 즈워너로 옮겼다. 2022.12.25 art29@newspim.com

- 한국 미술시장은 2021년초만 해도 대단한 호황이었는데 순식간에 시장이 꺼졌다.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침체와 불경기가 큰 원인일 것이다.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피로감도 요인일 것이다. 한국의 콘텐츠(미술품)들이 세계적인 주류 미술계 흐름과 무관한 것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아트페어 등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작품들은 여전히 특유한 로컬 취향의 것들이 많다.

- 그렇다 해도 김환기, 박서보, 김구림 등의 블루칩 작품이 크리스티 홍콩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유찰된 것은 이변이다. 한때 없어서 못 사던 작품 아닌가. 서울옥션 홍콩 경매는 총 84점 중 50점이 낙찰되며 낙찰률이 65%에 그쳤다.

▲요인은 복합적이나 한국 미술품은 외국 컬렉터들이 볼 때 일종의 벤처에 해당된다. 일종의 헷지 같은 것이다. '향후 오를 가능성이 있으니 한두 점 사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미 구입한 이들은 구태여 더 사려들지 않는 것이다. 내수시장이 받쳐주는 작품들을 그 나라에 나중에 재판매하려는 국내외의 미술투자자들 역시 판매 레코드의 지속적인 추이를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파리의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이 지난 2022년 10월 5일 개막해 호평 속에 열고 있는 '모네-미첼' 2인전에 출품된 조안 미첼의 페인팅. 조안 미첼은 유진상 교수가 제스츄얼 작가 중 최고로 꼽는 작가다. 모네와 미첼을 묶은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기획전은 2023년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사진=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2022.12.25 art29@newspim.com

- 한국의 단색화는 서구에서도 미술사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물론 단색화 작품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한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가 아니다. 단색화 붐을 이어갈 5억원 대 이상의 작품들이 좀 더 다양하게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열기를 이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 단색화 거장들의 뒤를 이을 포스트 주자, 중견작가가 잘 치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한 시대의 예술은 그 시대의 예술적 대중을 사로잡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있고 수준 높은 예술적 대중과 교감하고 싶다면 그만한 작품과 지적 수준을 보여주어야 한다. 단색화는 한 세대의 작가들이 집단적으로 무려 60여 년 가까이 통합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한 드문 사례다. 민중미술은 통합된 세계관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나라 이외의 엘리트 대중과의 교감을 추구한 흐름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동시대미술의 대표적 작가들인 이불, 서도호, 양혜규, 구정아 등은 한국의 독자적 흐름이라기 보다는 해외 플랫폼에 더 가까이 올라선 작가들로서 각자 글로벌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결국 이러한 커리어를 지닌 작가들이 더 많이 나오는 수밖에 없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뉴욕을 기반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성환 작가의 회화. 'night crazing 01'. 2022. [사진= 바라캇 컨템포러리] 2022.12.25 art29@newspim.com

- 그렇다면 한국작가 작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나.

▲ 한국미술의 예술성은 뛰어나다. 문제는 김환기, 박서보, 윤형근 등의 뒤를 이어 뜨겁게 붐업 할 수 있는 작가군이 풍부하지 않은 것이다. 이배, 이건용 정도로는 너무 그룹이 작다. 50대의 동시대 작가들은 대체로 마켓에 나온지 10년이 채 안 된다. 10만달러 이상의 가격대를 치고 올라갈 유명한 작가군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문제다. 

- 한국 동시대 미술가들이 글로벌 스타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단색화만 해도 해당 작가들의 경우 이미 프로덕션 시스템으로서 완성된 것들이다. 작품의 숫자, 완성도, 차별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현재의 미술이 중요하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게 지난 20년 이내에 생산된 컨템포러리 아트다. 한국미술은 이슈가 될 만한 동시대 미술이 부족하고, 한국적-정치적 주제 외의 서사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개개 작가들은 우수하나, 전 세계 비엔날레와 미술관의 메이저 쇼에 끊임없이 캐스팅될 만한 작가들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들은 최근까지도 글로벌 마켓에 거의 소개가 안됐다. 이는 작가들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 국공립미술관이 나서야 하고, 정부와 재단이 후방에서 밀어줘야 한다. 기업도 투자해야 한다. 투자가 되어야 아웃풋이 나오게 마련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작가 이은우가 서울 프롬프트 프로젝트에서 '직각 마음'이란 타이틀로 갖고 있는 개인전의 출품작들. [사진=프롬프트 프로젝트] 2022.12.25 art29@newspim.com

- 2022아트바젤- UBS리포트에 따르면 그 동안 존재조차 없던 한국 미술시장이 '전후 및 동시대 미술 거래액'에서 세계 2%를 차지하며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에 진입했다.

▲신규 컬렉터의 급증 때문이다. 해외 연수나 유학 경험이 있고 정보력과 자금력이 있는 전문직 종사자와 신흥부자들이 적극적으로 그림을 구매한 결과다.

- 경매시장의 한파가 전체 미술시장으로 번진다고 보는가.

▲지난 2년간 유례없는 상승장이었기에 한 템포 쉬어갈 수는 있지만 급격하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술품 수집에 나선 MZ 컬렉터와 중견 컬렉터 중에는 자금력이 탄탄하고 수집을 체계적으로 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조정장에 컬렉터들은 어떤 혁신적 명제를 찾아야 할까.

▲첫 번째로, 새로운 엘리트 컬렉터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한 컬렉터가 모든 장르를 다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진부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장르와 사조를 선택하고 나아가 작가까지 선택하며 좁혀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술사에서 자신을 사로잡은 흐름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가장 도전적이고 새로운 제안을 하는 작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시대미술의 첨단에는 놀라움과 유희가 번뜩인다. 가장 지적이고 감각적인 창작을 보여주는 작가란 그 자체가 퍼포먼스이자 사건이다. 이들이 미술사를 만들어낸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구정아 '3 Works, Body of oral Meaning'. 2013. 종이에 수채물감. [사진= PKM갤러리] 2022.12.25 art29@newspim.com

- 지난해 여름 키아프와 프리즈의 첫 공동개최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

▲사실 한국미술이 주목 받은 게 아니라 '프리즈 서울'이 주목받은 것이다. 해외 아트페어를 다니던 여유계층 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학생들까지 세계적 갤러리에 전속돼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끼리 열던 4부 리그에 갑자기 프리미어 리그가 등장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미술시장-콘텐츠 생태계는 2부 리그까지 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좋은 콘텐츠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 한국화랑협회 키아프 운영위는 프리즈와 4년 더 공동개최를 해야 한다.

▲동시대 미술은 시위(manifestation)와 시장(market) 두 바퀴로 굴러간다.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모두 다 미술관과 시장으로 모여들게 마련이다. 많은 대중이 프리즈가 내놓은 탁월한 콘텐츠를 보며 안목을 기르는 동안, 작가와 전문가들은 그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만들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는 '프로덕션'이다. 어떻게 기획하고 생산하고 프로모션할 것인지 그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교육기관과 비평, 미술관, 미술시장이 고정관념 없이 연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지원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키아프-프리즈 공동개최 2라운드에 우리 컬렉터들은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할까? 

▲메이저 아트페어는 세계적 범위에서 발굴되고 프로모션되는 작가들을 다룬다. 그리고 그들의 비즈니스 틀 안에 시대를 이끄는 트렌드, 감수성, 방법론, 장르, 담론 등 모든 답이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의 엘리트 컬렉터들이 그들과 거래하는 것이다. 프리즈서울에 해외 유력 화랑들이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를 들고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국내에서 노출하는 모든 콘텐츠가 시장의 내용과 방향을 가리키는 지표가 된다고 보면 된다. 이를 알아보는 사람은 알아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희준 'Bronze Woman',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포토콜라주. 260x260cm. [사진= 국제갤러리] 2022.12.25 art29@newspim.com

- 미술도 '문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왜 그런가.

▲동시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세계, 즉 세계관과 서사는 당연히 난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존의 이미 이해될대로 이해된 진부해 보이는 작품들을 뛰어넘는, 탄탄한 철학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을 알아보고 그들을 밀어줄 컬렉터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은 문해력이 문제인데, 이제 동시대미술은 (뛰어난 솜씨 뿐만이 아니라) 문해력과 개념을 중시하는 높은 지능과 지성의 장이 되었다. 이를 인식해야 한다. 개념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의, 당장은 너무 난해해 독해하기도 어려운 작품을 꿰뚫어 읽어내는 '엘리트 컬렉터'들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엘리트 화랑도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국내에도 엘리트 화랑과 엘리트 컬렉터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희망이다.

- 세계적 컬렉터인 미우치아 프라다는 "내가 알 수 있는 그림은 안 산다"고 했다.

▲럭셔리 패션 기업 프라다(PRADA)의 미우치아 프라다는 빼어난 심미적 통찰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뻔한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림에만 관심을 표명한다. 미우치아가 밀라노에 만든 프라다 파운데이션이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호평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우치아의 컬렉션 뿐 아니라 프랑스와 피노 컬렉션(파리), 루이 뷔통 컬렉션(파리)과 같은 탑클래스 컬렉션의 핵심은 모두 그렇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시프리앙 가야르, '유리화한 발명의 궁전'. 2022. 개보수 공사가 한창인 파리 '발명의 궁전' 공사장에서 대량으로 나온 석면을 녹여, 유리 덩어리로 환원시킨 작업이다. 시프리앙 가야르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 인류학적 자취들을 재발견해 그 뒤에 가려진 역사와 서사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위험하고 유해한 재료인 폐석면을 유리로 환원시킨 탓에 쉽게 부셔지고, 운반도 매우 어려웠던 작품이다. [사진=유진상] 2022.12.25 art29@newspim.com

-여전히 '시각적 즐거움'에 치중하며 뻔한 그림에 매료되는 컬렉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예술은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아트컬렉션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삶을 불태우는 활동이다. 그것은 모험이자, 자신의 삶에 한번 주어진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충하거나 수익을 바라고만 해서는 그 탁월함을 인정받기 어렵다. 아트컬렉션은 컬렉터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이자 그의 죽음을 통해 레거시로서 남는 활동이다. 예술가의 삶과 컬렉터의 삶은 무언가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를 만든다. 이것이 엘리트 컬렉터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수준과 야심을 높게 갖고 그것을 구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구의 대부분의 컬렉션들이 놀라운 문화재들로 남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해력을 요하는 김홍석, 김범, 정서영, 김성환, 구정아 같은 작가들의 작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난해한 것이 아니라 높은 문해력을 요구한다. 두 가지는 다른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거의 같은 세대에 속한다. 1990년대 초에 동시대미술이 거대한 사변적 흐름을 나타낼 때 해외 유학을 했던 작가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 동시대미술의 틀을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히 시각적인 작업의 대척점에서 창작을 한다. 쉽게 말하면, 당대의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시장에서 수용되기 어려웠다. 두 번째로, 한국 관객과 컬렉터들의 문해력 수준이 올라가고, 해외 전시관람 경험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작업에 대한 재평가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즉 미술시장에서 이들의 마켓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이들의 작품가격은 같은 세대의 해외 작가들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다. 이들의 동세대 작가가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타카시라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 말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시프리앙 가야르, '시간의 수호자'. 2022. 1979년 자끄 모네스티라는 장인이 불사조, 용, 게, 검투사를 등장시켜 만든 자동인형시계를 가야르가 2022년에 작품으로 복원했다. 가야르는 파리 퐁피두센터 근처에 방치된 시계를 되살려 자신의 개인전(파리 라파에트 안티시파시옹, 2023년 1월8일까지)에 내놓았다. 시계 상단에 위치한 검투사가 용,게 같은 괴물을 검으로 끝없이 내려치고 있는 키네틱 작품이다. [사진=유진상] 2022.12.25 art29@newspim.com

-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는 신생 갤러리가 궁금하다.

▲ 국제, 현대, PKM 갤러리 같은 리딩 갤러리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신생 갤러리와 프로젝트 갤러리에도 주목하면 좋겠다. BB&M(성북동)은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출신의 제임스 B. 리가 PKM 출신의 허시영 씨와 설립한 갤러리다. 이불, 배영환, 김희천, 우정수, 이진한이 전속작가인데 국제적 흐름과 맥락을 지닌 시선으로 한국미술의 새 시기를 대표할 작가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P21(이태원), 갤러리2(평창동), 윌링앤딜링(창성동), 스페이스소(서교동), 디스위켄드룸(한남동)도 추천한다. 이 밖에 프롬프트 프로젝트(개포동), 휘슬(이태원동) 등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유진상 교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서양화 전공)과 파리국립고등장식미술대학 대학원(예술공간과 석사)을 졸업하고, 계원예술대학교 아트계열 융합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2012) 총감독, 대구예술발전소 전시감독(2014), 문화역284 기획전시 '나의 잠'(2022) 예술감독, 국제갤러리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고 미술비평과 연구, 큐레이팅을 하고 있다. 그는 "사물은 항상 2개의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거기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에 없는 것이다. 거기 있는 것은 가시적이고 직접적이지만, 거기 없는 것은 거기 있는 것의 '핵심'을 이룬다"며 사물의 양면성을 강조하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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