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의사 남편을 둔 노정희 대법관이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은 적법하다는 판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당했다.
노 대법관이 사전에 재판 회피 신청을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전날 노 대법관을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노정희 대법관 pangbin@newspim.com |
임현택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한의사 남편을 둔 노 대법관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면 스스로 재판 회피 신청을 해야 했다"며 "판결 자체가 의학적, 과학적이지도 않고 의료법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17조는 재판 제척의 원인을 ▲법관이 피해자일 때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와 친족관계에 있을 경우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일 때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재판관의 재판 회피 사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의 심리 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라 대법관의 배우자 등 친족이 변호사로 근무하는 법무법인이 사건을 수임한 경우에만 사건의 성격 등을 따져 재판을 회피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는 노 대법관의 남편이 한의사라는 점을 재판 회피 사유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판결에 따라 발생할 의혹과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최고법원으로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었다"며 "국민 신뢰가 중요한 만큼 의혹이 있는 요소는 사전에 정리했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또한 "재판에 참여한 노 전 대법관의 남편이 한의사라는 점은 부적절하지만, 재판 회피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 삼기 어렵다"면서도 "사전에 스스로 재판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고발건에 대해서는 "본인이 남편의 일에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남편이 한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수사까지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넘겨진 한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자궁내막증 환자에게 침 치료와 함께 초음파를 사용해 자궁내막의 상태를 확인하는 진료를 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가 초음파 기기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