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차와 기아가 내년 1월부터 인증중고차를 판매한다. 1월부터 4월까지는 시범적으로 중고차를 판매한 뒤 5월부터는 본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경남 양산에 하이테크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테크센터는 통합 중고차물류기지로 3만59㎡(9093평)의 규모다. 기존 양산 출고센터를 하이테크센터로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테크센터에서 중고차의 진단, 정비를 담당한다. 여기에 내외관 개선을 위한 판금, 도장, 차량 광택 등의 업무도 맡는다. 이곳에서는 연 1만5000대가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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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센터에서 진단과 정비를 마친 중고차는 '인증중고차'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앞서 현대차는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에 대해 200개의 품질검사를 거쳐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판매 거점도 마련 중이다. 현대차는 경기도 안성과 수원에 부지를 매입하고 거래센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도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마쳤으며 ▲중고차 성능·상태 진단 ▲상품화 ▲품질인증 ▲전시·시승 등의 고객체험을 담당하는 가칭 '리컨디셔닝센터(Re-Conditioning Center)'도 구축 중이다.
리컨디셔닝센터에서는 수도권에 처음으로 개소되며 전기차 전용 워크베이를 포함해 첨단 진단 장비가 갖춰질 예정이다. 리컨디셔닝센터는 고객의 체험 및 시승 공간으로도 활용 예정이다.
'선(先) 구독 후(後) 구매' 프로그램은 기아 중고차 사업의 특징이다. 최대 한 달간 차량을 체험해본 후에 최종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은 구매를 원하는 차량을 내차처럼 한 달 동안 운행하면서 실제 차량 성능과 품질을 확인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최종 구매 시에는 한 달 간 구독료가 면제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소기업벤처부의 권고사안대로 내년 상반기에는 시범사업을 거쳐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인증중고차를 판매하게 된다"며 "중고차 판매에서는 신뢰도가 중요한만큼 중고차 가격 산정의 체계 정립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증중고차를 판매하지만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점유율은 제한된다. 2024년까지 현대차는 5.1%, 기아는 3.7%까지 시장점유율을 제한한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온라인을 판매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온라인에서 차량을 확인하고 인증중고차센터를 통해 실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온라인 판매를 시작으로 완성차의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업체는 전체 온라인으로만 판매된 경형 SUV 캐스퍼를 제외하고는 대리점 중심의 판매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중고차 판매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면 결국 신차의 온라인 판매 활성화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매물이나 성능기록부 조작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컸는데 현대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한다면 불신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온라인 판매 역시 현대차와 기아가 한다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이 중고차 사업 전체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향후 중고차 시장은 돈을 더 주더라도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기업 인증중고차를 구매하고 가격이 싼 차를 찾는 사람들은 대기업과 관련 없는 중고차 딜러로 눈을 돌리는 방향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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