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홍석희 기자 = 2024년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올해부터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들은 저마다 '공천'을 받기 위한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공천권은 당대표가 쥐어 왔다. 1963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당시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며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는 내용 등을 당헌에 담았다. 지도부가 포함된 공천심사위원회가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투표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현행 공천 구조도 이때 시작됐다.
여야 막론하고 당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다보니 당대표 의중에 따라 공천이 판가름 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당의 개혁을 위해 존립하는 '공천 배제' 장치가 오히려 보스 중심의 '계파 정치'를 더 공고화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8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광역시장 공천신청자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2022.04.08 kilroy023@newspim.com |
◆거대 양당, 당대표에 쏠린 공천권
국민의힘은 현행 제도상 당대표가 공천관리위원장(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임명 권한을 갖고 있고, 공관위원장이 공관위원을 구성하도록 돼 있다. 당대표에 실질적인 공천 권한이 막강하게 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공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친이(친이명박계), 친박(친박근혜)의 이른바 '공천 학살'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는 친박계로 불리는 의원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했다. 친이계인 당시 이방호 사무총장이 공천을 주도하며 박근혜 경선캠프를 이끌었던 김무성, 서청원, 홍사덕, 김재원 전 의원 등 중진부터 초선까지 대거 탈락시켰다.
4년이 지난 후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당이 재편되며 다시 친박계가 주류로 급부상했다. 친이계의 공천 탈락이 줄줄 이어졌다. 안상수, 진수희 전 의원을 비롯해 친이계 핵심인 박형준 전 의원까지 공천에서 탈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대표에 공천 권한이 집중돼 있다.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당대표가 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공관위원장 및 위원을 최고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명한다.
다만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시스템 공천은 당대표의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당헌·당규에 명시된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당헌 제89조 4항은 당대표가 전체 선거구의 20% 이내로만 전략공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략공천이 당대표 '사천(私薦)'의 핵심으로 기능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수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시스템 공천'을 정착시켜 계파 간 불만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전재수 의원은 통화에서 "추미애·이해찬 당 대표를 지나오며 시스템 공천이 자리 잡았고 공천을 가지고 잡음이 들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적으론 시스템 공천이 자리 잡았어도 여전히 당대표 개인이 구조적 허점을 파고들 여지는 남아 있다. 민주당 소속의 한 정개특위 위원은 "당대표가 (전략공천에) 과도하게 개입해서 자기 사람을 심거나 경선을 치르는 지역에서 여론조사 업체를 어떻게 할지 등 미세하게 개입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관리위원회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면접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0.03.02 leehs@newspim.com |
◆2024년 총선 '공천 학살' 우려
오는 총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여당의 차기 당대표는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다시 '공천 학살'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대통령의 의중을 바탕으로 한 공천이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다. 차기 당권주자들의 '윤심' 경쟁이 치열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국민의힘 혁신위 관계자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당대표의 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행 공천 시스템으로는 (당대표 의중이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급적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 혁신위원은 "공천을 받기 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기준이 없다보니 결국 잘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나온다. 사실은 각 지역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 제도를 갖춰놨다고 해도 운영상에서 얼마든지 (개입할 여지가 있다)"며 "법 제도 하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권력이고 당 수뇌부와 지도부는 그런 힘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차기 당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차기 대권 구도 형성이 달렸다. 사법리스크가 큰 이재명 대표를 둘러싸고 '친명' 대 '비명'의 계파 갈등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각당이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 시스템이 정비돼 있어 마음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공언하지만, 공천룰 변경이나 공천관리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공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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