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차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도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뒤 자동차업계를 취재할 때면 종종 듣는 이야기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국산차와 수입차의 구분이 무색한 시대가 됐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제조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명실공히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다.
정승원 산업부 기자 |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기준 '글로벌 3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전기차 아이오닉5, EV6는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연일 해외에서 수상소식을 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쉐보레), 일명 '르쌍쉐'는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에도 연간 판매량에서 밀리고 있다. 과거 연간 10만대씩 판매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또 다른 선택지로 각광받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실제로 르노코리아차와 한국지엠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각각 5만2621대, 3만7237대로 8만976대 판매한 벤츠나 7만8545대의 BMW보다도 적다. 특히 르노코리아차와 한국지엠은 지난해 토레스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6만8666대를 판매한 쌍용차에도 뒤처졌다.
이는 브랜드 경쟁력 하락과 함께 내수보다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 판매량 자체도 줄었고 국내 경쟁력이 떨어진 탓에 국내 생산 물량이 수출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르노코리아차는 국내에서 XM3와 QM6 등 인기 모델을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시장에 판매된 XM3는 1만9425대이지만 수출은 9만9166대로 10만대 가까이 선적됐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한국지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들 업체들이 국내 공장을 생산기지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견 완성차업체 3사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에도 결코 좋지 않다"며 "경쟁자가 있어야 서로 발전을 할 수 있는데 지금 르쌍쉐는 그런 경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공장을 갖고 있다면 내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차를 출시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말 출시된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사전계약이 500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가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XM3 하이브리드가 수출 인기 차종인 만큼 생산 되는대로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먼저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외국계 3사로 묶이던 쌍용차가 KG그룹에 인수돼 국내 기업이 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일이다. 쌍용차는 경영정상화와 함께 생산량도 더욱 늘려갈 계획이며 토레스 전기차 모델 등 신차 출시도 준비 중이다.
2년 연속 벤츠와 BMW에 밀린 것은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차에 엄중한 경고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수출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르쌍쉐가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는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새해가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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