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유례없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직역수호와 사설 플랫폼 대응 방안, 비닉권 보장 등 회원들을 위한 정책 대결은 사라진 채, 비방전만 잇따르자 변협 회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16일에는 본투표가 있을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는 기호 1번 김영훈(59·사법연수원 27기), 기호 2번 안병희(61·군법무관시험 7회), 기호 3번 박종흔(57·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 출마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훈(왼쪽), 안병희, 박종흔 후보 [사진=후보 제공] 2023.01.09 sykim@newspim.com |
이들 중 현 집행부 출신의 김 후보와 비집행부 출신의 안 후보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김 후보와 박 후보는 현 집행부에서 부협회장을 지냈다.
김 후보 측은 지난 5일 안 후보를 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안 후보가 지난 2020년 1월, 51대 협회장 선거 당시 투표장에서 채증을 하던 A변호사가 사진 촬영을 막자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안 후보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A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변호사는 김 후보 측 지지자로 알려졌다.
최근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 '리멤버'에서 진행한 변협 회장 선거 여론조사를 두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 측은 해당 여론조사에서 제시한 '김 후보와 박 후보는 51대 집행부 입장을 계승한 후보들이고, 안 후보는 51대 집행부에 반대하는 입장의 후보란 점을 알고 있느냐'는 문항이 편파적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론조사는 중단됐고 김 후보 측은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를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 측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리멤버 여론조사 설문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대한변협을 비방하고 헐뜯으면서 사실상 응답자로 하여금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했다"며 "변호사 선거에 개입 중인 외부세력, 반드시 응징하고,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사설플랫폼의 횡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안 후보 측 또한 "현 집행부 부협회장 출신 후보는 사실 확인 없이 마치 이러한 행위들을 안 후보가 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사를 의뢰한 성명불상자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변협은 성명을 내고 "사설 플랫폼 기업 등이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체 미상의 사업자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보유한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본래 사업목적을 벗어나 공적 영역인 대한변협의 선거에 부당개입하면서 특정한 선거결과를 끌어내려는 부정한 선거개입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선거 초기 공보물 발송을 두고도 현 집행부와 비집행부 간 갈등이 빚어졌다. 안 후보 측은 공보물에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가 변협 선관위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았고, 2차 발송 때 삭제된 내용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후보자들은 주요 공약으로 직역수호와 직역 확대 방안, 사설 법률 플랫폼 문제 해결,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비닉권) 보장 등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선거 후보 정책토론회 이후 후보 간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변협 선거가 후보 간 비방전으로 치닫자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의 추천권을 지닌 변협 회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협 회장에 당선되면 주요 인사 추천권을 쥐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탓에 선거가 과열되면서 정작 인권옹호와 정부정책 감시 등 변협의 본 역할에 대한 관심은 뒤로 물러났다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변협 회장에게 대법원장, 검찰총장 등 주요 인사에 참여하는 막강한 권력을 준 이유는 변협이 타 이익단체와 달리 사회정의와 인권옹호라는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요즘처럼 진흙탕으로 번진 선거전에서 후보 중 한 명이 회장으로 당선된다 한들 회장으로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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