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정부의 1·3대책 발표 전후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매주 하락폭을 키우던 전국 아파트값이 올 들어 2주 연속 하락세가 둔화됐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최저점 -0.76에서 올해 1월 2일과 9일 각각 -0.65, -052로 내림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강남3구와 용산 마저도 낙폭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실질 거래가격의 결과를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현장에서 실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집주인들이 급급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급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계약 미달사태가 우려됐던 둔촌 주공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규제 완화 범위가 예상했던 것보다 전방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1·3대책이 시장의 숨통을 틔여 줄수 있는 정책들로 망라돼 있다는 얘기다. 많은 규제 완화를 쏟아냈지만 역시 세금과 대출에 대한 '허들'을 대폭 낮춘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세제 규제는 대부분 걷어냈고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유예기간도 늘려줬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은 파격적이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소득에 상관없이 금리 4%, 50년 상환으로 5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1년 한시 대출 상품이긴 하나 고금리의 공포에서 다소나마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구제책을 마련해준 것이다.
이를 두고 정책의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의견과 반짝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규제완화가 집값 불안을 야기하는 섣부른 정책이란 비판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완화가 부동산 시장을 반전 시킬 만한 정책효과로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고금리' 이슈가 여전히 시장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또 올렸다. 충분히 예상되고 예고된 금리 인상이긴 하나 실물경제에 미쳐질 영향은 분명 악재다. 당장 고금리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급급매물 거래 움직임 등으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거래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향방을 전망하는 여러 뉴스가 나오지만 분명한 점은 올해는 변수가 많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국은행의 금리 기조를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대란'이다. 집값과 전셋값이 함께 급락하면서 시한폭탄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특히 전셋값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책 허점을 노린 빌라 전세사기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또 집값과 전셋값 급등기에 갭투자가 성행했던 부작용이 역전세대란의 심각성을 키우게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총 1조1731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결국 집주인에게서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전세금 반환 등을 이유로 살고 있는 집을 상대로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신청된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는 6544건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최대치다.
올해가 더 문제다. 집값 급등기의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에 계약됐던 갭투자의 전세물건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세대란의 심화로 경매행이 더욱 급증할 경우 집값을 더 끌어 내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 발(發) 악순환이 경제 전반의 폭탄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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