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지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입국한다. 검찰은 그의 배임·횡령 등 개인 비리 의혹을 파헤칠 예정인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얽힌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회장의 의형제로 알려져 있고 함께 그와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 얽혀 있는 배상윤 KH그룹 회장도 귀국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이 이 대표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7일(현지시간) 오전 0시 50분 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을 타고 송환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검찰이 쌍방울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출국해 8개월간 도피 생활을 해오다, 지난 10일 검거됐다.
쌍방울그룹 본사 전경 [사진=쌍방울] |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귀국 비행편에 탑승하는 순간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를 집중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 시한은 48시간이다.
지난해 법조계에선 김 전 회장이 검찰과 이 대표에 대해 진술할테니 쌍방울 비리를 봐달라는 취지의 거래를 시도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검거되면서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와) 만날 계기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다"며 "이재명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 전화 통화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적극 부인하면서 예측이 어려워진 것과 달리 배 회장은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단의 수임료를 쌍방울이 전환사채(CB)를 통해 대신 내줬다는 내용이다.
수원지검은 KH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KH 계열사들이 김 전 회장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에 수십억원을 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H의 자금이 이 대표의 변호인단 수임료로 나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의 KH '알펜시아 입찰방해 사건'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21년 6월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KH 산하 특수목적법인 KH강원개발주식회사에 총 매각 대금 7115억원에 알펜시아리조트를 매각했다.
하지만 당시 입찰에 참여한 기업인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 2곳이 모두 KH 계열사로 확인됐다. 평창리츠는 입찰 마감일 하루 전 KH리츠에서 평창리츠로 사명을 바꾼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같은 해 7월 공사와 KH강원개발을 상대로 입찰 담합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경찰은 지난해 4월 알펜시아 입찰을 담당했던 과장급 직원이 근무 중인 부서와 KH필룩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KH필룩스는 KH강원개발의 모회사다.
검찰은 KH가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막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했고, 당시 강원지사였던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알펜시아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는 데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