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건축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축소 등에 이어 주차장 확장시 분양가 인상이 가능해졌지만 건설사들은 현재보다 분양가를 크게 높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분양가 논란으로 청약시장이 다시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청약불패'로 여겨진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선뜻 분양가를 올리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체적인 물가 인상과 시장환경을 고려한다면 분양가는 현재 수준보다는 다소 오를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값 하락세에 분양가 변수가 청약시장에서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분양가에 인상 요인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을 미루는 건설사들도 나올것으로 전망된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약불패'였던 서울에서도 고분양가에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뒤로 미룰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부가 부동산 침체에 따른 거래절벽과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서울 부동산 규제 지역을 5일 전면 해제했다. 이에 따라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21개 구가 대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풀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3.01.05 mironj19@newspim.com |
◆정부 정책·공사비 인상…분양가 상승 '글쎄'
정부는 최근 주차장 설계에 따른 분양가 가산을 반영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과 '주택품질 향상에 따른 가산비용 기준' 개정안을 입법·행정 예고했다.
주차공간을 추가로 설치하면 기본형 건축비 외 가산비용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분양가는 1등급 점수를 합산한 총점 171점에서 성능등급별 점수를 더한 평가점수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가산된다. 평가점수가 총점의 60% 이상이면 최대 4%까지 가산이 가능하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이 대거 해제된 점 역시 분양가 상승이 가능해지도록 한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올해 1월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은 분양가상한제에서 해제됐다.
정부가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분상제 해제로 건설사들은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게 됐다.
공사비가 증가한 점 역시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난해 1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48.70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2년전과 비교하면 23.6%에 달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되는 통계다.
분양가 상승 요인이 늘어났지만 정작 건설사들은 분양가 책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분양가도 높아 미계약이나 미분양이 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분양가를 더 높이는건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 "(정부 정책 등) 의미있는 움직임이지만 지금 당장 시장에 유의미하게 다가오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차장 확대 등으로 주거 품질이 올라가게 되면 그에 따른 공사비용과 인력 등에 대한 부분이 분양가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면서 "현 상항에서 분양가 인상이 쉽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분양일정을 좀 더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렴한 분양가 '완판'…"분양 일정 미루는 단지 나올수도"
실제로 '흥행'이 예상됐던 서울 1군브랜드 대단지 아파트들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높은 분양가에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더클래시'는 1순위 청약에서 53가구를 일반분양해 평균 19.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계약률은 49%에 그쳤다. 분양가는 3.3㎡당 4013만원으로 전용 59㎡ 10억원대, 전용 84㎡ 13억~14억원대였다.
인근에 위치한 '공덕자이'의 경우 전용 84㎡는 2021년 9월 18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난해 6월 3억원 낮은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59㎡ 역시 올해 1월 10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전용 84㎡ 지난 2021년 19억4500만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2월 1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59㎡도 지난해 12월 11억원에 손바뀜됐다.
이 외에도 지난해 말 분양한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 고분양가에 미계약이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률은 각각 60~70%(추정치), 59.6%다.
반면 올림픽파크 포레온 인근에 분양한 강동헤리티지자이는 정당 계약과 예비 당첨자 계약을 통해 219가구의 계약을 마무리 지으며 '완판'됐다. 분양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강동헤리티지자이 전용 59㎡의 분양가는 6억~7억원대로 올림픽파크포레온보다 분양가가 최대 4억원이 낮고, 인근 기존 아파트 거래가 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인상과 시장환경을 고려해 분양가는 현재보다 다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분양가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분양가 인상 요인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을 미루는 단지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주차장 확장의 경우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현 입장에선 시장에 파급을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한다면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양가 변수가 청약시장에서 중요한 요소인 만큼 분양가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이 결정되는 만큼 오히려 분양을 미루는 단지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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