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박정희 정부 시절 '긴급조치 9호' 등의 발령으로 체포·구금된 이들의 피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A씨와 B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각각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금됐다가 재판에 넘겨져 1977년 1심에서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받았으나 1978년 석방됐다. 이후 면소 판결을 받은 A씨는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1억여원의 보상금을 수령했다. 형사보상금 3500여만원도 받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2013년 국가배상을 청구했으나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민주화운동보상법 화해간주의 효력 범위와 관련해 위자료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A씨는 다시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 또한 1974년 긴급조치 1호와 4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됐으며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다. 그는 불법 구금 행위를 이유로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의 청구에 대해 원심은 기각 판결을 내렸다. 보상심의위로부터 보상금 지금 결정이 이뤄진 2002년 A씨의 손해를 인지했다고 봐야 하므로 국가배상청구의 단기 소멸시효가 기산되는 이 시기부터 이미 3년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B씨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대법원은 2010년과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긴급조치 1호와 4호, 9호 등에 대해 위헌·무효라고 판단했다"며 "2022년 8월 선고에서는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부정했던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위와 같은 법률적·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원고가 긴급조치 9호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이 전혀 실익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긴급조치에 기한 일련의 국가 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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