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증시 부진과 금리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고전했던 증권사들이 처참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감소폭은 각각 91.9%, 61.6%였다. 이로 인해 이어질 증권사들의 실적 발표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증권, 미래에셋증권이 첫 스타트를 끊으면서 본격적인 어닝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지난해 글로벌 긴축에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증시가 부진한데 더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마저 경색되는 등 연이은 악재로 부진한 성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주요 증권사 6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35%가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대신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7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NH투자증권도 1245억원으로 같은 기간 46.76% 감소가 예상된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1611억원, 1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9%, 33.53% 감소가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이 유일하게 실적 증가세를 보였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4%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9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60% 줄었다.
시장 전망치 만으로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시장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19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 왔다. 하지만 전날 발표한 내용은 이보다 50% 더 낮은 902억원으로 집계됐고, 전년 대비 15.2%가 아닌 61.70%나 감소했다.
지난해는 증권사들은 금융시장 불안 지속 등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된 가운데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기업금융(IB) 등 모든 사업 부문에서 고전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21년 초 70조원을 상회했던 예탁잔고는 지난해 말 45조원까지 감소했다. 신용융자잔고도 25조원에서 15조원대로 줄었다.지난해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도 13조원으로 감소했다. 1분기 19조원대와 비교하면 30%나 줄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레이딩 부문은 4분기 각국 증시 지수 회복, 금리 상승세 완화 등에 따라 증권사들의 손실폭은 이전 분기에 비해 축소될 전망"이라면서도 "본격적인 회복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IB 수수료 수익도 전년 대비 30% 이상 감익을 예상한다"며 "주식발행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적인 IB 부문에서 4분기 계절성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PF 시장 경색에 따른 관련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새해 들어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분위기가 전환이 이뤄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조금씩 공급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진행된 12개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지난 3일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단기증권 차환이 어려운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기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고 10조원 규모의 본 PF 대출 보증 확대 및 미분양 PF보증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증권사 CP금리도 4% 초반대로 지난해 고점 대비 -156bp나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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