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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대주주'없는 KT&G의 지배력 노려

기사등록 : 2023-01-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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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 배경에 지배력 강화
"분리상장시 합산 시총 기존보다 낮아" 분석도 나와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행동주의 펀드가 KT&G의 인삼과 담배사업 분리상장과 사외이사 확충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KT&G 측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간 공방전이 예고됐다. 3월 주주총회에서 분리상장을 놓고 표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3.01.30 ymh7536@newspim.com

◆ 대주주 없는' KT&G, 행동주의 타깃 돼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올해 3월 KT&G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자회사 분할 상장과 사외이사 교체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KT&G의 100% 자회사인 KGC를 분리 육성하면서 담배와 인삼이라는 별도의 사업에 대한 투자 강화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자는 구성이다.

KT&G는 지난 26일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들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것 중 마케팅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이미 있고, 인삼공사와 KT&G를 분리해 상장하면 두 기업의 합산 시총이 기존보다 낮아질 수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실망감을 표했다. KT&G 발표 직후 안다자산운용 측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맹비난했다.

안다자산운용 관계자는 "KT&G가 주주의 의견을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경로로든 주주제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변을 받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FCP 측도 "주주를 마치 외부의 간섭처럼 여기는 모습"이라며 반발했다.

문제는 KT&G는 국내 상장사 중 이례적으로 대주주가 없으며 이사회가 의사결정권을 갖는 회사다. 이로 인해 업계는 "FCP가 자기 사람들을 사외이사로 앉혀 KT&G에 대한 관리 및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 지배력 강화보다는 대주주 상대로 견제를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으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 삼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과 8월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 관련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송하자 결국 SM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지난해 10월 계약 조기 종료를 공시했다.

업계는 향후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던 개인투자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들과 손잡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오너 리스크 문제가 발생한 기업을 중심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의견이 반영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T&G와 같은 경영형태를 갖추고 있는 기업일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장사 IR 담당자는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리스크와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 무턱대고 배당금액과 성향을 상향하기는 쉽지 않다"며 "원자잿값 상승과 물류,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중간에 행동주의 펀드까지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건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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