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회사 분할을 결정한 현대백화점이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31일부터 시작한다.
'알짜' 자회사 한무쇼핑이 새 지주사의 자회사로 이동하는 분할계획에 일부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자사주의 활용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내달 1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 주주들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달 10일 주주총회에 앞서 31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분할계획서 승인에 관한 전자투표에 돌입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전경.[사진=현대백화점] |
안건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9월 밝힌 지주사 전환에 따른 현대백화점 분할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분할한다는 골자다.
현대백화점은 내달 10일 주총에서 분할 안건을 통과시킨 후 오는 3월1일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3월2일부터 지주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현대백화점으로 나눠진다. 현대그린푸드도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현대그린푸드로 분할한다.
다만 일부 주주들은 이 분할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데 자사주를 활용하는 일명 '자사주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기업이 인적분할에 나설 경우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현대백화점은 6.6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인적분할 시 기존 현대백화점의 자사주 비율 만큼 현대백화점홀딩스도 동일한 규모의 신주를 보유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사의 지분을 30% 이상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주총 후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 지분 17.1%를 보유한 정지선 회장과 12.1%를 보유한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홀딩스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자사주를 포함하면 현대백화점홀딩스가 보유하는 현대백화점 지분은 35.8%로 공정위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일부 주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자사주의 활용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1000억원 가량을 들여 5.4%의 자사주를 확보했다. 회사의 이익으로 얻은 자사주를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 |
특히 분할계획에 따라 '알짜' 자회사인 한무쇼핑을 현대백화점홀딩스 자회사로 두기로 한 점도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30~40%를 차지하는 한무쇼핑이 지주사의 자회사가 될 경우 기존 현대백화점의 성장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어서다.
일부 주주들은 이날부터 시작된 전자투표에서 분할계획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이다. 한 투자자는 "현대백화점 성장을 위해 사실상 한 몸이었던 한무쇼핑을 떼어내는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데 쓰이기도 하지만, 이를 매각해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6일 지난해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자기주식 277만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SK그룹도 지난 2015년 SK C&C와 합병할 때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도 했다. 애플을 비롯한 해외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에 적극적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이 일체 침해되지 않고, 증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분할 안건을 상정하는 현대백화점은 주총은 내달 10일 오전 10시 서울 강동구 현대백화점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열린다. 같은날 현대그린푸드도 용인 본사에 주총을 열고 분할 안건을 승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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