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며 최근 5년간 산업안전감독관을 두배로 늘렸으나,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고용부가 중대재해 감축을 빌미로 수년간 덩치를 키워왔지만, 제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5년간 안전감독관 두배로 늘려…지난해 사망자는 전년보다 늘어
1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분야 근로감독관(이하 산업안전감독관) 수는 전년 대비 52명 증가한 793명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꾸준히 산업안전보건감독관 인력을 늘려왔다.
최근 5년간 고용부의 산업안전감독관 추이를 보면 ▲2018년 438명 ▲2019년 539명 ▲2020년 569명 ▲2021년 741명 ▲2022년 793명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그래프 참고).
특히 산업안전감독관 수는 2021년에 크게 급증했다. 2021년은 고용부가 산업안전조직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확대·개편한 해로, 당시 고용부는 산재 예방 기능 강화를 위해 본부 내 산업안전조직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분사하면서 조직 강화를 위해 안전감독관 수를 전년 동기 대비 172명 늘렸다.
중대재해 감축에 사활인 정부 기조에 따라 산업 현장 내 감독관의 역할이 중대해지면서 인력을 충원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5년 새 산업안전감독관을 약 2배 늘렸음에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법 적용 사업장에서 사망한 근로자 수는 되레 증가했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중대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1년간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230건, 사망자 수는 256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사고 건수는 1.7%(4건) 줄어든 반면 사망자 수는 3.2%(8명) 증가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해 산업안전감독관 수를 늘린데다, 법을 시행한 원년에도 불구하고 '사고 감축'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인력충원보다 전문성 제고 시급…사후조사보다 산재예방에 힘써야
여기에 고용부는 올해 산업안전감독관 정원을 더 많이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연초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올해는 중대재해 감축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으나, 지난 한 해 중대재해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또 기업들의 로펌 선임 등으로 인해 중대재해 업무 강도가 세진데다, 내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법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 안전 인력을 늘리는 것만이 만능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독관 수가 현저히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과중업무 속 기존 인력들의 전문성 부족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성 없이 공무원만 늘리는 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고용부가 인력 부족을 중대재해 감축 실패의 원인으로 핑계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부는 올해 노사가 함께 사고 예방을 줄이도록 고위험사업장을 우선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인력 문제와 전문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중대재해법 제정 후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이 확대됐으나 예방기능 및 역할이 미진하다"면서 "정부의 산재 예방 행정조직은 처벌보다 예방기능 및 역할을 대폭 강화해 산재예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중대해처벌법 수사·감독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적극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안전 인력을 대폭 늘렸지만 중대재해 사고와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산재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는 것"이라며 "산재 예방을 하려면 시스템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데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처벌 강화에 집중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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