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조달 백신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워 담합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사와 임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박사랑 박정길 박정제 부장판사)는 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디스커버리·광동제약에 벌금 3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유한양행에 벌금 5000만원, 녹십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벌금 7000만원을 각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들 업체 영업 담당 임직원 7명에게는 벌금 300~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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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경쟁이 존재하는 유효한 입찰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들러리를 세워 참여한 행위는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하는 입찰방해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피고인들은 들러리를 세워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위법함을 알면서도 기존 관행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특히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사실상 행정지도에 따른 것으로 부당한 공동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에 의하면 질본 직원으로부터 '들러리를 세워서라도 빨리 낙찰을 받아달라'는 취지의 행정지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러한 요구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의 입찰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국가의 예산 낭비와 공익을 해하는 범죄"라며 "백신 독점 제조사들과 의약품 유통업체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담합으로 피고인들이 얻은 매출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백신 제조사들이 발급하는 공급확약서를 통한 낙찰 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점, 실제 국가가 공고하는 가격 범위에서 낙찰가가 형성돼 전체 부당이익 액수가 크지 않은 점,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업체의 낙찰 가능성이 크지 않아 경쟁제한 정도가 낮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각 업체 임직원들은 지난 2016년에서 2019년 사이 다른 도매업체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국가 조달 백신 입찰에 참여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체들은 양벌규정에 따른 사용자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인 GSK의 서바릭스(HPV2), 한국MSD의 가다실(HPV4) 입찰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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