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공정당국이 법집행 시스템 전면 개편에 나섰다.
우선 투명하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해 사건처리 절차·기준을 재정비한다. 또 엄정한 법집행을 위해 사건처리 역량을 강화한다. 사건기록물 관리를 고도화하고, 직원들 내부교육도 강화하는 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나서 개편을 지시한 조사·정책·심판의 기능별 분리를 위해 정책-조사 조직을 이원화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정위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공정위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정위] 2023.02.16 jsh@newspim.com |
◆ 조사·심의 제도 재정비…사건 유형별 신속처리 시스템 구축
가장 먼저 손을 본 건 사건처리 절차·기준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우선 조사권 행사 범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권의 내용과 한계를 명확히한다. 구체적으로 ▲조사공문 구체화 ▲이의제기 절차 신설 ▲준법지원부서 조사기준 마련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현장조사시 조사공문에 법 위반 혐의 관련 거래분야·유형, 중점 조사대상 기간의 범위를 명확히 기재해 고지한다.
또 조사공문에 기재된 조사 범위를 넘어 자료가 수집된 경우, 공식적인 반환 청구 절차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조사받는 기업이 반환·폐기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자료가 있는 경우, 조사부서가 아닌 별도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해당자료의 반환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조사 편의를 위해 기업 준법활동(CP)팀·법무팀 등 준법지원 부서를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해당 부서가 법 위반 또는 증거인멸 행위에 직접 관여했을 경우는 엄정히 조사할 방침이다.
공정위 법집행 시스템 개선 추진방향 [자료=공정위] 2023.02.16 jsh@newspim.com |
기업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이의제기 절차도 여러 단계에 걸쳐 신설된다.
우선 예비의견청취절차가 신설되는데, 기초사실·쟁점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해 조사단계에서 피조사기업과 사건관리자(국·과장) 간 공식적인 대면회의 절차를 도입한다. 다만, 방어권 보장 및 효율적인 조사 진행을 위해 필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충실한 변론권 보장을 위해 일정 기준 충족 사건(사건의 규모·성격 등 고려)에 대해 심의를 2회 이상 실시할 계획이다. 피조사기업·신고인이 사건담당자·진행상황 등을 온라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자기사건 조회시스템'도 개편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심의 과정에서의 의견개진 기회를 확대해 공정위가 1심 기능에 걸맞는 절차적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사건 유형별 신속처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장기·시효임박 사건은 단계별(관리·주의·경보 단계) 특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처리기간 준수를 부서장 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당사자간 분쟁적 성격이 강해 처벌보다 빠른 피해구제가 시급한 사건은 대체적 분쟁해결 수단(CP 지원, 분쟁조정 강화, 동의의결 활성화 등)을 활성화해 조기 해결을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실관계 확인만으로 처리 가능한 행위는 사건처리 및 조치(과태료 부과)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 신속 처리할 계획이다.
◆ 사건처리 역량 제고…기록물 관리 고도화·내부교육 강화
사건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기록물 관리도 고도화한다.
부서장이 기록물 관리실태를 월 1회 직접 점검 및 결재하고, 현장조사 자료 반환과정 또한 직접 챙긴다. 피조사인 임의 제출자료 등도 부서장 보고 및 편철을 의무화한다.
기록물 편철시스템 역시 개선한다. 전자자료를 인쇄하지 않고 USB 또는 CD 등에 보관하록 하고, 조사자료 외 심의자료 기록 관리 강화 및 편철 매뉴얼 합리화 등도 추진한다.
교육 프로그램 혁신방안 [자료=공정위] 2023.02.16 jsh@newspim.com |
조사 품질 향상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 혁신 등 내부 교육도 강화한다.
단편적인 조사방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조사 절차 준수 ▲기록물 관리 ▲심의대응 등 법집행 전단계별 교육으로 확대한다. 저연차 직원의 실용적 역량 개발을 위해 실습형 교육(롤플레이 방식)을 확대하고, 사건국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상사들의 조사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늘려나간다.
또한 교육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교육 횟수·텐츠를 확대하고, 외부 조사전문 교육기관에 위원회 직원 교육 파견도 추진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직 차원의 조사관행 정착을 통해 조사품질을 향상시키고, 공정위의 법집행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조사-정책 부서 분리 운영…책임성·전문성·독립성 강화
현 사무처를 정책부서와 조사부서로 완벽히 분리해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무처장은 정책 기능을, 조사관리관(1급 신설)은 조사 기능을 각각 전담 운영하는 식이다. 사건절차규칙, 조사절차규칙, 위임전결규정 등 사건처리 관련 규정을 개정해 사무처장이 조사관리관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범정부적인 조직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1급 자리인 조사관리관을 신설하는 대신, 국장 직위 하나와 과장 직위 하나를 줄이기로 했다"면서 "그 국이나 해당 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전체 정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직개편 방안 [자료=공정위] 2023.02.16 jsh@newspim.com |
심결의 독립성·공정성 강화를 위해 조사-심판 부서간 분리 운영도 한층 강화한다. 피심인과 심사관에게 동등한 위원 보고 기회를 부여하고, 조사부서에서 심판 부서로의 인사이동은 원천 차단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부서 내 조사-정책 기능의 혼재로 기능별 통솔·지휘 한계, 업무 전문성·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 등이 불거져 왔다"면서 "조사와 정책 지능을 분리해 사건처리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사와 심판 간 칸막이도 높여 심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무엇보다도 법집행의 예측가능성 및 효율성·전문성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조사절차규칙, 사건절차규칙을 개정하는 등 마련된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 운영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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