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회사 측으로부터 수차례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듣고 출근하지 않은 버스기사에 대해 서면 통지가 없었더라도 해고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전세버스 운송업체인 B회사에 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해 회사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하던 중 2020년 1월 30일과 같은 해 2월 11일 두 차례 무단 결행했다.
B사 관리팀장은 A씨의 결행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A씨와 말다툼을 했고 "사표 쓰고 가"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가 '해고하는 거냐'고 묻자 "응"이라고 답하며 수차례 사표 이야기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말다툼 이후 출근하지 않았고 2020년 2월 11일자로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그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참가인의 일방적 의사로 당사자 사이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됐다고 보기 어려워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재심 신청을 기각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B사가 A씨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 중노위 판정이 적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를 해고할 권한이 없는 관리팀장이 우발적으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고 A씨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분명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B사는 서면 해고 통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복직을 촉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B사가 A씨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회수한 것은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며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은 원고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규모 회사인 참가인(B사)의 임원진 구성과 운전원 수, 모집 현황 등을 볼 때 관리팀장이 노무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언행을 할 당시 이미 참가인의 대표가 묵시적으로나마 이를 승인했거나 적어도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