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참여가 확실시되면서 국내 면세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CDFG의 입점이 현실화되면 중국 따이궁(보따리상) 수요를 빼앗길 수 있어서다.
2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CDFG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인천공항면세점 제 1·2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측에 입점 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해외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2.03.25 mironj19@newspim.com |
CDFG가 국내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평가 항목에서 국내 면세점보다 불리한 CDFG는 입찰받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써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이뤄진 제주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항목을 보면, 1000점 만점인 평가 항목에서 입찰가격이 차지하는 점수는 400점으로 가장 높다.
나머지 항목인 사회환원 및 상생 협력, 경영·관리 부분에서 국내 면세점보다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운 CDFG 입장에선 높은 입찰가격으로 승부를 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CDFG가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하려는 이유는 인천국제공항의 매출 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인천국제공항의 매출은 24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공항, 중국의 베이징·상하이공항보다 큰 규모다.
국내 면세점의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들의 해외 진출이 가능했던 부분도 인천국제공항의 매출 규모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CDFG가 해외여행 재개로 중국 면세 특구인 하이난 수요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입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업계는 CDFG가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세계 시장에서 국내 면세점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CDFG는 중국 국영기업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해 2020년 매출 기준 세계 1위 면세사업자로 등극,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CDFG의 매출은 93억6900만 유로로, 2위 롯데면세점(40만4600만 유로)과 3위 신라면세점(39억6600만 유로)을 합친 것보다 많다.
국내 면세점 관계자는 "만약 인천공항 사업권이 CDFG에 넘어간다면 국내 면세점의 추격을 더 큰 차이로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CDFG가 입점하면 면세점 특허 제도를 만든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화 획득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면세점 특허 제도가 도입된 만큼, 외국 면세점이 국내 공항에 입점할 경우 외화 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들은 자국 면세점이 생긴다면 자국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이 같은 외화 유출은 면세점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