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의 2대 본부장에 '검사 출신' 정순신(57)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경찰 조직의 반발이 거세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도 결국 '검찰공화국'이 됐다는 자조적인 반응과 함께 검찰이 경찰 수사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정순신 변호사를 제2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정 신임 본부장은 경력경쟁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선발됐으며, 정 본부장은 오는 27일 취임해 2025년까지 2년간 국가수사본부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국수본은 2021년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출범했다. 국수본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인 기관으로 여겨진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한다. 경찰의 독립된 수사권 행사를 대표한다는 명분뿐 아니라 실질적 권한도 보유한 자리인 셈이다.
정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와 인연이 깊다. 그는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또 정 본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었던 2011년 대검 부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2018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낼 당시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했다.
경찰청 [사진=뉴스핌 DB] |
지난달 시작된 국수본부장 직위 공모에는 정 본부장을 비롯해 장경석(59)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최인석(48) 변호사(전 화천경찰서장) 등 3명이 지원했다. 정 본부장을 제외한 두 명 모두 경찰 출신이지만, 경찰 퇴직 당시 직급이 경무관과 총경이어서 경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인 치안정감 직급인 국수본부장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윤 대통령이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하면 국가수사권의 두 축인 검찰수사와 경찰수사를 사실상 검찰이 맡게 되는 구도가 된다. 경찰 내부는 이번 인사에 반발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지위에 검사 출신이 임명되면서 사실상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국수본부장 자리에 검찰 출신 올 거라는 말이 많았는데 결국에는 우려했던 사태가 터졌다"며 "이번 인사는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 내부망에서도 비판의 글이 줄이었다. 다른 경찰관은 "경검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경찰국이 설치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역시나 대선 전에 우려했던 검찰공화국이 됐다", "저희 조직에서도 수사를 잘 하는 분이 많을 텐데",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라 놀랄 일도 아니다"라는 반응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1차 수사기관으로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게 됨에 따라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경찰의 책임수사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수사 전문가인 신임 정 본부장을 중심으로 국민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찰 수사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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