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위험 수위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다음달 분양시장 결과가 상반기 추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매수심리가 크게 꺾이며 청약 미달하는 단지가 속출했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한 1·3대책 이후에는 청약 경쟁률이 개선되고 무순위 청약이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흐름이 내달 청약 결과에 따라 '반짝' 반등인지, 추세적인 회복인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 3월 청약 성적, 상반기 분양시장 추세 결정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달 분양시장 성수기를 맞아 청약 결과가 시장 흐름에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가 대거 신규 분양에 나선다. 가장 주목을 받는 단지는 GS건설이 짓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로 1·3대책 이후 처음으로 공급되는 서울지역 물량이다. 지난해 12월 공급한 '마포 더 클래시'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영등포구 양평동1가 265-1일대에 들어서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양평제1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진행하는 재개발 아파트다. 총 707가구 중 185가구가 일반분양이다. 청약 일정은 내달 6~8일이다.
양평동은 준공업지역으로 그동안 낡은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하철 5호선을 중심으로 다수의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아진 지역이다. 영등포기계상가 시장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 3월 영등포 중흥S-클래스(308가구)가 입주했고, 양평동1가 '신동아 아파트'는 2020년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재건축이 진행중이다. 양평13구역과 양평14구역은 서울시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부건설의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내달 초 분양 대기중이다. 은평구 역촌1구역을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전용면적 46~84㎡, 총 752가구 규모다. 이중 454가 일반분양이다. 주변에 지하철 6호선 응암역이 있어 3호선(불광역) 및 공항철도(디지털미디어시티역) 접근성이 좋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사업인 GTX-A노선(2024년 개통 예정)과 경전철 서부선(2028년 개통 예정)이 개통되면 대중교통 이용이 더욱 편리해진다.
경기도 주요 분양단지는 ▲화성시 신동 A56블록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DL이앤씨, 800가구) ▲평택시 화양지구 5BL에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현대엔지니어링, 1571가구) ▲시흥시 은행동 286-5 '은행2지구 C2블록 롯데캐슬(가칭)'(롯데건설, 903가구) ▲광명시 광명동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 1957가구) 등이다.
다음달 청약시장이 주목되는 이유는 상반기 분양시장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청약 접수한 단지는 7곳으로 이중 6곳이 청약 미달했다. 주요 단지로는 현대건설이 공급한 대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은 47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8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고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공동 시공사로 참여한 경기 '평촌 센텀퍼스트'는 1150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350명에 불과했다.
규제지역 해제를 포함해 분양가상한제 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보증 기준 폐지 등을 담은 1·3대책이 시행된 이후 분위기가 개선됐다. 이달 분양에 나선 6개 단지 중 50%(3곳)가 청약 '완판'을 기록했다. 청약미달 단지도 무순위, 선착순 청약으로 빠르게 미분양이 소진되고 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선착순 청약 일정 진행 일주일여 만에 모든 잔여물량을 '완판'했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정당계약에서 전용면적 84㎡형과 114㎡형 모두 계약마감했으며, 전용 59㎡형 중 무순위 청약 후 남은 59㎡A·C타입 일부만 선착순으로 계약 접수하고 있다.
3월 분양에서 선방한다면 청약뿐 아니라 문순위, 선착순 물량에 관심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 분양시장을 통한 내집마련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주택자의 청약 열기가 살아나면 주택을 이미 보유한 수요자의 '갈아타기'는 더욱 쉽지 않다. 반대로 대형 건설사가 대거 신규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대거 청약 미달사태가 빚어지면 지난달 주춤했던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 추세가 다시 고개를 들 공산이 크다.
◆ 분양가·금리 부담 여전...분위기 급반전 제한적
새해 들어 주택 매수심리와 분양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청약열기가 고조되기보단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사업비가 늘면서 분양가를 급격히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2년 새 건설 원자잿값은 약 40%, 인건비는 약 10% 상승했다. 공사비 상승에 택지비(땅값)까지 큰 폭으로 뛰면서 분양가가 주변시세를 웃도는 단지가 적지 않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전용 59㎡의 최고 분양가는 8억6900만원이다. 주변 대형 단지인 ′양평한신′ 전용 59㎡가 7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 전용 84㎡의 예상 분양가는 9억원 안팎이다. 주변에는 낡은 중소형 단지가 많아 직접적인 비교가 쉽지 않지만 비슷한 면적의 실거래가가 7억~8억원에 형성돼 있다.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약통장 사용에 개발호재, 입지, 주변 편의시설 등이 중요한 선택 요소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청약열기가 개선돼도 서울 등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는 청약 수요의 눈길을 사로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분양 관계자는 "1·3대책 이후 처음으로 공급하는 서울 물량인 데다 최근 선착순 '줍줍' 열기가 살아나 이 단지의 분양을 앞두고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가 크게 늘었다"며 "입지, 개발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청약 진행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분양가, 금리 부담 등으로 미달 사태를 빚으면 향후 서울 분양단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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