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당사자 간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부제소합의'가 있었더라도 합의한 분양대금이 분양전환 가격 산정기준을 초과했다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토건의 아파트 입주자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건물건설업을 하는 A사는 1999년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할 목적으로 전북 완주군 일대 토지 10억원 상당을 매수해, 합계 209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축했다. A사는 1997년 11월 해당 사업을 승인받았으며, 1999년 사용검사를 받았다.
A사는 2013년 아파트 각 세대 중 계약면적 64㎡ 세대는 4307만원, 77.76㎡ 세대는 5289만원으로 각 분양전환 가격을 정해 완주군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A사는 입주자들과 각 세대당 50만원 인하한 분양가에 계약하기로 하고 분양가격에 대한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 및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입주자들은 강행법규인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당사자 간 분양대금을 합의해 정했다 하더라도, 해당 규정에서 정한 산정기준을 초과하는 분양전환 가격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구 임대주택법 등이 정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분양전환 가격과 분양자의 실제 지급 분양전환 가격의 차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서, 분양자의 자유로운 처분을 금지하는 취지의 강행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분양자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해 부제소합의를 해 권리관계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는 주장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부제소합의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분양전환 가격이 구 임대주택법 등에서 정한 분양전환 가격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했다면 그 초과한 분양전환 가격으로 체결된 분양계약은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라며 "따라서 권리 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구 임대주택법 등에서 정한 산정기준을 초과한 분양전환 가격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부제소합의를 한 때, 그 계약이 강행법규에 반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게 돼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의 부제소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원심은 강행법규인 분양전환 가격 산정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별다른 판단 없이 이 사건 부제소합의로 인해 원고들의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분양전환 가격이 구 임대주택법 등에서 정한 분양전환 가격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와 이에 따라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무효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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