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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생산 韓 반도체 수준까지 규제?…삼성·하이닉스 탈출구는

기사등록 : 2023-02-2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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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반도체 생산 경쟁 격화...생산 제동 우려
학계 "중국 공장→국내로 이전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업계 "학계와 입장 달라, 최대한 버티자"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설정하겠다고 밝혀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엘런 에스테베스 상부무 산업안보 차관 "中 공장서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 설정할 것"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 [사진= 전략국제연구소(CSIS) 사이트 캡처]

28일 업계에 따르면 엘런 에스테베스 상부무 산업안보 차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서 개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삼성과 SK에 제공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 기업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도에 대해서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단의 낸드를 특정 수준에서 멈추게 한다는 의미라고도 부연했다.

개인의 발언이지만, 고위당국자인 만큼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선 고성능 낸드플래시 생산 경쟁이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128단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에서 96단과 144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낸드플래시 단수 경쟁이 격화하며 양사 역시 중국 공장에서 더 높은 단수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192단의 낸드플래시를 다롄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에스테베스 차관의 발언대로 반도체 스펙에 제한을 두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 "공장 국내 이전과 보조금 받지 않는 방법도 고려해야"

바람에 펄럭이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좌)와 중국의 오성홍기. 2021.01.21 [사진=로이터 뉴스핌]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발언이긴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활동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회사들 입장에선 비상이지만 미국이든 중국이든 큰 반도체 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걸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차근차근 중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김형준 차세대 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최첨단 공정 쪽에서 제동이 걸린다면 어떻게든 중국을 탈출해 다른 국가로 가거나 미국으로 들어오라는 신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중국에 투자해놓은 금액이 워낙 많고 그 시장을 버릴 수 없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보기 위해 버티고는 있지만 장·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안으로 공장을 옮겨오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실질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얻는 이익을 유지할 수 있으면 보조금을 받지 않고 중국에서 반도체를 그대로 생산하겠다고 우기는 방법도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은 보조금이 아니어도 반도체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않는 액션을 취하는 것이 불러올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상황을 보며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학계와 기업의 입장은 조금 상이할 수 있다"며 "공장을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중국에서도 (국내 기업을)안 좋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방향성을 설정하긴 예민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도를 설정한다면 세부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설정할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말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catch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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