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병확보 시도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번 체포동의안을 두고 '민주당 대표' 이재명이 아닌 '전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개인 비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분리를 시도했으나, 이 대표의 방탄복을 뚫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표결로 민주당을 향한 '방탄 정당'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만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사건' 등과 관련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뒤, 그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남은 비리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국회는 27일 오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한 뒤 최종 부결했다. 총 투표 인원은 297명이었으며, 찬성표는 139표, 반대표는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찬성표가 더 많았으나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돼 최종 부결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02.27 pangbin@newspim.com |
◆ 민주당, '방탄' 비판 무릅쓴 체포동의안 부결
애초 법조계 안팎에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에 더해, 지난해 12월부터 민주당이 이미 야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방탄' 태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21대 국회에서 다섯 번째다. 지난해 12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기 전까지 앞선 세 번은 모두 가결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으로 불체포특권 폐지를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본인이 '특권'의 당사자가 되자 말을 바꿔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상황을 끌고 왔고, 결국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한 채 국회에서 가로막혔다.
검찰은 그동안 충분한 물적·인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자신해왔으나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에게도 '리스크'가 될만한 일이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을 경우 검찰의 수사정당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동안 이 대표가 주장한 '저격 수사' 내지는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더욱 강해지고,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수사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민주당은 다수당을 앞세워 연이어 자당 의원을 지킨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더욱 거세게 받게 됐고, 검찰은 이를 등에 업고 이 대표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정말 이 대표의 정말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오히려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더 쉽게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방법이었다"며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서 검찰의 이 대표 수사는 계속 정치권과 엮여서 갈 수밖에 없는 형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23.02.27 pangbin@newspim.com |
◆ 검찰, 불구속 기소 가닥…영장 '줄 청구' 이어질까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 후 입장문을 내고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검찰은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검찰의 영장 청구는 자동으로 기각될 예정이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를 배임과 뇌물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향후 검찰이 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수사 중 대장동 사건 관련해선 이 대표의 '428억원 약정 의혹'이 있다. 검찰은 그동안 이 대표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 상당을 약정받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으나 이번 영장 청구서에는 이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지난 18일 김씨를 다시 구속한 뒤 관련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또 검찰은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 대표의 연관성을 캐내고 있다.
이들 사건은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공소장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찰이 그동안 보강수사에서도 불구하고 이 사건들과 관련해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검찰은 우선 이번 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4895억원의 배임과 133억 뇌물 혐의 등에 대해서만 우선 기소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장동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표의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과 '정자동 호텔 특혜 사건'을 각각 수사 중이다. 여기에 수원지검도 최근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다만 백현동·정자동 사건은 검찰이 최근 수사에 착수했고, 쌍방울 관련 사건도 최근 수사에 속도가 나고 있다는 점에서 영장 청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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